‘빙판위의 메시’ 펑펑 운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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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슬레지하키 대표 정승환

“이탈리아에 진 뒤 숙소에 와서 몰래 울었어요. 아마 다들 그랬을 거예요.”

2014 소치 겨울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아이스슬레지하키 대표팀 에이스인 정승환(28·강원도청·사진)은 가끔 가슴 왼쪽을 문질렀다. 미국전에서 보디체크로 두 번이나 충격을 받았던 부위다. 이탈리아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상대의 집중 견제 대상이었다. 한국은 첫 상대인 러시아를 승부치기 끝에 물리쳤다. 한 편의 드라마였다. 하지만 미국과 이탈리아에 잇달아 지면서 메달과는 인연을 맺을 수 없었다.

“패럴림픽에 처음 출전했던 4년 전 밴쿠버 때보다는 훨씬 나아졌죠. 정말 준비를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메달을 꼭 딸 줄 알았는데….”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기수인 정승환은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한국이 얻은 두 골을 모두 어시스트했다. 승부치기 때도 가볍게 골을 성공했다.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는 한국의 유일한 득점을 기록했다. 탁월한 스피드와 송곳 같은 패스, 골 결정력을 모두 갖춘 선수다.

“밴쿠버에서도 견제를 많이 받았어요. 이 종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더 빨리 달리고 더 압도적인 기술로 상대를 눌러야 하는데 그걸 제가 못한 거죠.”

정승환은 미국과의 조별 리그 2차전에서 옆구리를 맞고 벤치로 실려 나갔다. 심판 몰래 주먹으로 맞기도 했다. 13일 체코와의 순위 결정전에서는 심판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으로 10분 동안이나 페널티를 받았다. 한국은 0-2로 졌다.

“러시아나 체코 등 유럽에서는 한국을 많이 무시해요. 그런 나라에 질 수는 없다는 거겠죠. 제가 흥분하지 않았어야 되는데….”

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 대표팀 17명의 평균 나이는 37세. 20대가 대부분인 유럽 국가나 미국, 캐나다를 상대하기가 벅찰 수밖에 없다.

“선수층이 얇아 어쩔 수 없어요. 그나마 강원도청이 팀을 창단한 덕분에 이만큼 온 거죠. 그전까지는 B풀(하위리그)에서도 전패를 했거든요. 실업팀 한 곳만 더 생겨도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올 것 같은데…. 4년 뒤 평창에서는 여건이 좀 나아질까요?”

소치=이승건 기자 why@donga.com
#2014 소치 겨울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아이스슬레지하키#정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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