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에 최고가 된 그녀 “감독님, 오늘은 훈련 없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9일 03시 00분


‘신인왕 이어 MVP’ 우리銀 박혜진
女농구 정규리그 2연패 이끌고 자유투 45연속 성공 신기록도
“통합우승 꼭 이루고 길게 휴가”… 신한은행-국민은행 20일 PO 첫판

우리은행 박혜진(24·사진)은 며칠 전 큰마음 먹고 한 백화점에서 화사한 색깔의 정장을 샀다. 18일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입을 의상이었다. 이날 행사장에서 한껏 멋을 낸 그는 유효표 96표 중 87표를 얻어 최고의 영예인 최우수선수상(MVP) 트로피에 처음 입을 맞췄다. 2008∼2009시즌 프로에 데뷔해 만장일치로 신인상을 수상한 뒤 6시즌 만에 코트를 평정했다. 신인왕과 MVP 석권은 박혜진이 닮고 싶은 선배로 꼽는 변연하(국민은행) 이후 사상 두 번째다. 베스트 5에도 뽑혀 2관왕. 그런데도 그는 “아직 어리고 기회가 많아 받아선 안 될 것 같은데 언니들이 열심히 도와준 덕분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상금 500만 원을 받은 박혜진은 “지난해 MVP였던 (임)영희 언니를 졸라 뷔페식당에서 한턱내도록 했다. 이번엔 언니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다. 위성우 감독님이 오늘만큼은 오후 훈련을 시키지 않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날 박혜진은 서울 강남의 한 회전초밥집에서 20명 가까운 선수와 스태프에게 저녁 대접을 했다.

박혜진은 올 시즌 평균 출전 시간 35.69분(2위), 12.63득점(6위), 3.66어시스트(7위)를 기록했다. 3점슛 성공(73개)과 자유투 성공률(94.9%)은 1위였다. 역대 최다인 45개의 자유투를 연속해 넣으며 최대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고비에서 한 방을 책임질 해결사로 성장해 자신의 진가를 높였다. 정규리그에 잊지 못할 순간 3가지로는 팀의 정규리그 2연패, 자유투 신기록과 함께 9연승을 달리다 자신의 부진으로 신한은행에 패했을 때를 꼽았다. 박혜진은 지난해와 달라진 부분에 대해 “우승 한 번 해봤고 대표팀에서 언니들과 많이 부딪쳐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공격할 때 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혜진은 집중 수비를 헤쳐 가는 능력을 키우고 몸싸움에 강해져야 한다는 과제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이후 1년 가까이 부산 집에 가지 못한 박혜진은 “챔피언결정전에서 꼭 2연패를 이루겠다. 5개월 동안 1위를 지켰는데 마무리를 못한다면 허무할 것이다. 그 다음 감독님이 안 계신 곳에서 긴 휴가를 즐기고 싶다”고 했다.

김이슬(하나외환)은 신인상을 받았다. 7년 만에 부활한 외국인선수상은 모니크 커리(국민은행)에게 돌아갔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2년 연속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편 이번 시즌 포스트시즌은 20일 정규리그 2위 신한은행과 3위 국민은행의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 1차전으로 시작된다. PO 승자는 25일 우리은행과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에 들어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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