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왼쪽)은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호주에서 만난 선배 구대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류현진은 “레전드와의 만남! 선배님 반갑습니다! ㅋㅋㅋ”라는 글을 함께 달았다. 현재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구대성은 호주 대표팀에 선발돼 다저스와 친선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출처|류현진 트위터
■ 급조한 시드니구장 타자친화적
구장 작아 보여 투수들 심리적 위축 타구 빨리 굴러가 땅볼이 안타 둔갑 광활한 파울지역, 악송구 조심해야
호주 개막시리즈 선발등판을 준비 중인 류현진(28·LA 다저스)에게 구장 환경이 또 하나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2일(한국시간)과 23일 다저스와 애리조나의 시즌 개막 2연전이 펼쳐질 시드니 크리켓경기장은 크리켓 전용이지만, 이번 메이저리그 개막시리즈를 치르기 위해 일시적으로 야구장으로 개조됐는데 “투수에게 불리하고,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MLB닷컴의 다저스 담당 켄 거닉 기자는 19일 ‘다저스가 시드니 크리켓경기장을 자세히 살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15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18일 시드니에 도착한 다저스 선수단은 호텔에 짐을 푼 뒤 곧바로 크리켓경기장으로 나가 적응훈련을 했다. 그런데 훈련을 마친 선수단은 한결 같이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22일 개막전 선발로 등판할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작아 보인다”고 촌평했다. 홈플레이트부터 외야 좌우 펜스까지는 100m, 중앙 펜스까지는 122m로 다저스타디움(좌우 101m·중앙 122m)과 비슷한 규모다. 그러나 투수 입장에서 작다는 느낌이 드는 모양이다. 구장이 작아 보이면 심리적으로 투수는 위축되고, 타자는 자신감을 얻는다.
타구의 속도도 천연잔디구장답지 않게 매우 빠른 것으로 전해졌다. 거닉 기자는 ‘번개처럼 빠르다’는 과장된 표현을 쓰기까지 했다. 다저스 1루수이자 주포인 아드리안 곤살레스는 타구 속도에 대해 “다저스타디움과 인조잔디의 중간쯤”이라며 “만약 타구에 톱스핀이 걸린다면, 타구는 이미 내야수를 지나가게 될 것이다. 잔디가 평평하다. 바운드는 나쁘지 않지만 토론토의 인조잔디와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내야땅볼성 타구가 가속도가 붙어 안타로 둔갑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 역시 “빠르다”고 동의하면서 “타자에게 유리하다. 확실하다”고 말했다. 외야도 그렇다. 중견수 쪽은 원래 크리켓 경기 시 선수들의 움직임이 가장 빈번한 장소여서 잔디가 이미 상당히 손상됐다. 수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광활한 파울지역 또한 변수다. 일반적으로 파울지역이 넓으면 파울플라이 가능성이 높아 ‘투수에게 유리하다’고 보지만, 넓어도 너무 넓은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매팅리 감독은 “파울지역에서 아웃카운트를 손쉽게 잡을 수 있지만, 반대로 악송구를 하면 많은 실점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투수와 야수가 1루에 악송구를 범하거나, 포수가 공을 뒤로 빠뜨리면 상대 주자에게 2개의 베이스도 내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양 팀 모두 똑같은 조건이지만, 투수와 야수로 구분하면 투수로선 이로울 게 없는 구장임에 틀림없다. 23일 2차전에 선발 등판하는 류현진이 ‘타자친화적’인 시드니 크리켓경기장을 슬기롭게 이겨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