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포항 황선홍 감독(46·사진)은 지난해 악조건을 딛고 최고의 성과를 냈다. 구단 사정상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에 임했지만 국내 최초로 대한축구협회(FA)컵과 K리그 클래식 우승을 동시에 차지했다.
올해 포항은 지난해보다 더 나쁜 상황에 처해 있다. 외국인 선수를 뽑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우승 주역이었던 황진성 노병준 등 베테랑 선수들과의 재계약에도 실패했다. 그러나 올 시즌 프로축구 개막 후 2연패에 빠지며 주춤하는 듯했던 포항은 국내 프로축구 및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4연승을 거두며 다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일 중국 지난에서 열린 산둥과의 경기에서는 4-2 대승을 거뒀다.
황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목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이었다. 클럽월드컵에 나가 세계적인 클럽들과 맞붙어 내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다”며 자신의 꿈을 펼쳐보였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없이 가능할까. 그는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를 치르는 데 대해 “구단의 재정적인 문제이니 나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외국인 선수가 필요한 것은 챔피언스리그 때문이다. K리그 우승팀인데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다. 한국 축구의 궁극적인 발전과 좋은 축구를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가 필요하기는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를 치르면서 이명주 고무열 같은 포항 유소년팀 출신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 그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긍정적인 측면도 강조했다. “선수들끼리 단합이 잘되고 외국인 선수가 없어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도 큰 수확”이라고 했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포항은 특히 공격 쪽의 전력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공격수 출신인 황 감독은 그럴수록 더 국내 공격수 육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대형 공격수를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다. 시간이 더 흘러 내가 가진 노하우가 없어지기 전에 빨리 찾고 싶다. 하지만 한국에서 공격수로 산다는 것은 힘들다. 욕도 많이 먹는다. 내가 욕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아직도 인터뷰가 무서울 정도다. 그 정도로 선수 때 힘들었다. 그래도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공격수다. 꼭 내 손으로 한국의 대형 스트라이커를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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