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빙상의 레전드 이규혁, 뜨거운 눈물로 안녕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4월 8일 06시 40분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영원한 간판스타 이규혁이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은퇴식 ‘굿바이 레전드 이규혁’에서 23년간의 국가대표 생활을 마감하는 소회를 털어 놓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영원한 간판스타 이규혁이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은퇴식 ‘굿바이 레전드 이규혁’에서 23년간의 국가대표 생활을 마감하는 소회를 털어 놓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이규혁 국가대표 공식 은퇴식

한국 선수 최초로 6회 연속 올림픽 출전
수많은 후배들 그를 좇아 스케이트 신어
7번째 올림픽은 평창서 지도자로 참가

“올림픽 메달만이 전부라 생각했다
지금은 모든 과정에 감사할 뿐이다”


“아, 오늘은 정말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스피드 스케이트의 전설’ 이규혁(36·서울시청)이 울먹였다. 어머니 이인숙 씨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굿바이 레전드 이규혁’ 행사는 역대 한국 선수 최초로 6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베테랑 스케이터 이규혁이 공식적으로 태극마크에 작별을 고하는 자리였다.

이규혁이 한국 빙상계에 남긴 발자취를 증명하듯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 이에리사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장명의 아시아빙상연맹회장을 비롯한 체육계 유력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물론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을 망라한 선후배 빙상 선수들도 대거 찾아와 이규혁의 마지막 순간에 박수를 보냈다.

은퇴식은 강호동 신동엽 이경규 등 유명 연예인들의 축하 메시지가 담긴 영상과 함께 시작됐다. 쇼트트랙에서 올림픽 2연패(1994·1998)를 일군 전이경은 직접 이규혁의 약력을 소개하는 중책을 맡았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같은 선생님께 배워서 여러 가지 사건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했더니 ‘그냥 적어준 대로 읽어 달라’고 하더라”고 귀띔해 장내에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이규혁의 올림픽 도전사를 담은 영상이 상영된 뒤 마침내 주인공이 무대에 서자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이규혁은 “영상에 나온 예전 헤어스타일이 창피하다”며 유쾌하게 은퇴사를 시작하는 듯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를 이끌어준 은사들 얘기를 하다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가족 얘기를 할 때도 그랬다. 이규혁은 “사실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시다. 위험하시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래도 강한 분이니까 이겨내시리라 믿고, 여러분이 기도를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털어 놓은 뒤 “할머니의 손자라서, 엄마의 아들이라서, 규현이의 형이라서 정말 행복하다. 이제 가족 안에서 최선을 다 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규혁이 걸어온 길은 곧 한국 빙상의 역사였다. 수많은 후배들이 그를 선망하고 그의 뒤를 밟으며 스케이트를 탔다. 그 사이 이규혁도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사실 나이 많은 선수가 운동하기 힘들다는 것을 지난해에 알았다.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다. 그런데 그때 후배들이 든든하게 옆에서 버티면서 지켜 주더라”며 “난 늘 내가 후배들에게 주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며 고마워했다.

이규혁이 언급한 그 후배들 가운데 한 명이 바로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이상화(25·서울시청)다. 이규혁의 바로 옆에서 은퇴식을 지켜본 그녀는 “아직 오빠가 은퇴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때론 무섭기도 했지만, 제 얘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 같은 존재였다. 정말 아쉽고 슬프다”고 했다.

소치에서 여자 쇼트트랙 2관왕에 오른 박승희 역시 “16세 때 처음 봤는데, 세월이 지났는데도 내게는 똑같이 큰 오빠처럼 느껴지는 분이다. 선수촌에서 늘 챙겨주신 분이라 이제 안 계시면 허전할 것 같다. 오빠처럼 자기관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쉬워했다.

이제 이규혁의 목표는 하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지도자로 힘을 보태고 싶다는 의지다. 그에게는 7번째이자 처음으로 고국에서 맞이하게 될 올림픽이다. 이규혁은 “올림픽 메달을 갖고 싶어서,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메달을 따지 못한 지금은 오히려 모든 과정이 감사하기만 하다”며 “내가 갖고 있는 노하우들을 하루 빨리 후배들에게 전수해 도움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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