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세월 넘어… K리그 주름잡는 ‘2002 전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8일 03시 00분


현영민 코너킥 골로 근황 화제

“여전히 뛰고 있네요.”

6일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전남과 포항과의 경기. 전반 43분 전남 현영민(35)의 코너킥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며 0-0의 팽팽했던 균형이 깨졌다. 프로축구 역대 18번째 코너킥 골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더욱 흥미를 끈 것은 골을 넣은 ‘현영민’ 이름 석 자였다. 일부 축구팬은 현영민이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는 데 격려를 보냈다.

현영민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 신화를 창출할 때 멤버였다. 본선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지만 백업 수비수로 4강 진출을 도왔다. 현영민처럼 12년이 지났지만 30대 중후반 또는 40대의 나이로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는 당시 대표팀 선수들이 많다. 당시 23명의 대표팀 선수 중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는 9명이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는 K리그 클래식에서 뛰고 있는 골키퍼 김병지(44·전남)와 최은성(43·전북)이다. 40대의 나이가 무색하게 엄청난 반사 신경을 요구하는 골키퍼 포지션에서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며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병지는 올 시즌 6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전하는 등 7일 현재 통산 647경기에 나서며 역대 최다 경기 출전 신기록을 써오고 있다. 전남 하석주 감독은 “김병지가 팀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수비가 안정되어 좋은 성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에서 울산으로 이적한 최태욱(33)은 프로 14년차 베테랑 공격수로 울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전성기 때보다 스피드는 느려졌지만 경기를 읽는 시야와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노련미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등 중요한 경기 때마다 중용되며 빛을 발하고 있다. 인천의 베테랑 듀오 설기현(35)과 이천수(33)도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들이다. 지난 시즌 인천이 시도민 구단 중 유일하게 K리그 클래식에 잔류할 수 있었던 것도 설기현과 이천수가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올해 인천에서 전북으로 이적한 김남일(37)과 2년 전 독일 생활을 접고 서울에서 뛰고 있는 차두리(34)도 12년 전만큼은 아니지만 노련미로 팀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최근 은퇴설이 나왔던 박지성(33·에인트호번)은 올 시즌 16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할 정도로 전성기 못지않은 체력을 뽐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뛰었던 선수들은 여전히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니며 K리그 흥행에 큰 도움이 된다. 또 이들의 철저한 자기 관리는 후배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프로축구#최은성#김병지#설기현#이천수#김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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