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자책 1.35, 넥센 20세 신예
26인치 모태범보다 굵은 허벅지… 탄탄한 하체로 어깨부담 덜어
오승환-박찬호 강속구의 원천
넥센 조상우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오라”는 야구 스카우트계 격언이 있다. 여기에 튼실한 허벅지까지 갖춘 투수라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데려와야 한다. 타자를 윽박지르는 ‘돌직구’는 ‘돌벅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올 시즌 야구팬들은 넥센 조상우(20)의 허벅지에 주목하고 있다. 그의 범상치 않은 허벅지는 무려 29인치(약 74cm)다. 허벅지 굵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를 능가한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대표팀 선수들의 허벅지 둘레는 평균 23인치,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모태범은 26인치다.
지옥에서 데려온다는 좌완은 아니지만 조상우는 최고 구속 156km의 강속구를 뿌린다. 올 시즌 현재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조상우는 올 시즌 5경기에서 6과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 9개를 빼앗으며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1.35를 기록하고 있다. 넥센이 지옥에서 데려온 허벅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종목을 떠나 허벅지는 힘의 원천이다. ‘갈색 폭격기’로 이름을 날린 축구선수 차범근의 허벅지 둘레는 31인치였다. 그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당시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였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308경기 98골을 기록했다. 육상 100m 세계기록(9.58초) 보유자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허벅지도 30인치다.
투구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일류 투수들은 강속구를 어깨로만 던지지 않는다. 송홍선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투구 동작에서 키킹 후 발을 디딜 때 지면에서 받는 반발력이 허리에서 어깨, 팔로 전달된다. 하체가 탄탄해야 강한 반발력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어깨나 팔로만 던지면 부하가 커져 무리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수 출신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투수는 평지가 아닌 언덕에서 중심 이동을 하기 때문에 허벅지와 엉덩이, 복부를 아우르는 코어 근육이 중요하다. 넥센은 지난 시즌부터 1군에서 조상우의 하체를 꾸준히 단련시켰다”고 말했다. 전성기 시절 메이저리그에서 최고구속 161km의 광속구를 뿌렸던 박찬호는 은퇴했지만 아직도 불같은 속구를 뿌리는 오승환(한신)과 최대성(롯데), 최영환(한화) 등 파이어볼러들이 마운드에 오르면 이들의 허벅지를 눈여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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