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달 25일 ‘여성축구선수에 대한 성별 진단 요구 성희롱’ 결정문을 여자실업축구 WK리그 각 구단과 관련 단체들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월 24일 인권위 전원위원회의 “(박은선이 소속된) 서울시청을 제외한 WK리그 6개 구단 감독들이 박은선의 성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성희롱에 해당된다”는 공식 발표보다 진전된 것으로, 이제 마지막 공은 축구계로 넘어왔다.
스포츠동아가 8일 단독 입수한 17페이지짜리 인권위 결정문에는 ▲피진정인 5명(사건에 연루된 WK리그 감독들)은 인권위가 주관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하고 ▲대한축구협회장(정몽규)은 피진정인 4명에 대해 징계를 내리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한체육회장, 대한축구협회장,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은 산하단체 및 회원단체 등에서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무분별한 성별 논란 방지 장치를 마련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권위는 박은선의 성정체성이 화두가 된 지난해 10월 WK리그 감독들의 비공식 간담회에 불참하고, 현재는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A감독에 대한 부분은 기각했다. 또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놓은 B감독에 대해서도 징계를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B감독은 특별인권교육 대상자다.
축구협회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여자축구연맹에 사건 조사 및 조치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했고, 상벌위원회까지 검토 중이다. 인권위 결정문이 법적 강제성을 지니지는 않지만,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인권위 전원위의 발표가 나왔을 때 “인권위 공문이 정식으로 접수되면 신중히 살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사건 진정인은 3명으로 2명은 일반시민, 1명은 서울시청 여자축구단이 속한 서울시체육회 관계자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피진정인들(WK리그 감독 6명)이 비공식 간담회의 안건을 토대로 “박은선 문제를 명확히 판정해주지 않을 시 2014시즌 출전을 모두 보이콧한다”는 의견을 여자축구연맹에 문서로 전달한 것은 인권침해이자 언어적 성희롱이라며 인권위에 진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