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니퍼트 상대 1회·6회 두방 ML서도 5타수5안타 천적 관계 “타격페이스 점점 올라오고 있다”
SK 루크 스캇(36)은 역대 한국에 온 외국인타자 중 메이저리그(ML) 통산 최다홈런을 기록했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9년간 889경기를 뛰어 무려 135홈런을 때려냈다. 훌리오 프랑코(전 삼성·ML 통산 23년 173홈런), 알 마틴(전 LG·ML 통산 11년 132홈런)보다 더 짧은 기간에, 더 많은 홈런을 기록했다. 한국 리그 최고의 외국인타자로 꼽히는 펠릭스 호세(전 롯데)도 ML에서 54홈런밖에 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스캇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실제 2008년부터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때려냈고, 2011년 무려 64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SK가 새 외국인타자로 스캇을 발표했을 때 그의 몸값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정도로 ‘거물타자’였다.
스캇은 한국리그에 온 뒤 적응과정을 거쳤다. 시범경기에서 낮은 타율을 기록하며 명성에는 다소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그러나 SK 이만수 감독은 스캇에 대해 “기대를 많이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선수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고는 “걱정하지 않는다. 레벨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시즌에 돌입하면 역할을 해줄 것이다”고 믿음을 보였다.
역시 스캇은 스캇이었다. 개막 전부터 홈런포를 가동하며 위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그 이후 타격감이 주춤했다. 상대투수들이 그와의 승부를 피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다. 실제 타율보다 출루율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됐다. 그러나 스캇을 피하고 경기를 풀어가기엔 다른 SK 타자들의 타격감이 좋았다. 투수들이 정면승부를 선택하자 스캇의 컨디션이 조금씩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SK 관계자는 “최근 타격 페이스가 올라오고 있었다”며 “수비 시프트에 막힌 부분이 있었지만 타구 질 자체는 좋았다”고 설명했다.
스캇은 9일 잠실 두산전에서 홈런포를 2개나 쏘아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상대가 팀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였다는 사실이 의미 있었다. 그의 방망이는 1회부터 날카롭게 돌았다. 1회 2사 1루에서 시속 142km짜리 높은 투심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측담장을 넘겼다. 3일 잠실 LG전 이후 6경기 만에 터진 시즌 3호 홈런이었다.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두산이 4-2까지 추격한 6회 선두타자로 나와 이번에는 니퍼트의 시속 130km 체인지업을 통타해 달아나는 1점 홈런을 터트렸다. 이날 때려낸 2안타를 모두 홈런으로 기록하며 4타수 2안타 2홈런 3타점 2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니퍼트 상대 5타수5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던 ‘천적’은 한국에서도 그 위력을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