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스타 없어도 이길 수 있다, 황의 법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4일 03시 00분


제주 완파… 6연속 무패 선두 도약… 밀집수비-송곳 패스로 강호 제압
부산 꺾은 전남, 전북 제치고 2위

지난해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의 화제는 단연 포항 스틸러스였다. 14개 팀 중 유일하게 외국인 선수가 없는 가운데 토종 선수만으로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K리그 클래식은 물론 FA(축구협회)컵까지 거머쥐었다. ‘황새’ 황선홍 포항 감독(사진)의 지도력도 높게 평가 받았다. 높은 몸값을 지불하고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부자 구단들은 자존심을 구겨야 했다.

올 시즌을 준비하며 포항은 더 나쁜 상황에 처했다. 외국인 선수를 뽑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우승 주역이었던 황진성 노병준 등 베테랑 선수들과의 재계약에 실패했다. 울산 현대와의 개막전(0-1 패)과 부산 아이파크와의 2라운드(1-3 패)에서 연패하자 “역시 토종 선수들만으론 힘들다”는 평가가 나왔다.

12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포항은 김재성(2골)과 김승대가 릴레이 골을 터뜨려 3-0 완승을 거두고 6경기 연속 무패 행진(5승 1무)을 이어가며 승점 16으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울산 현대(승점 13)에 득실차에서 뒤진 2위였으나 울산이 이날 전북 현대(승점 14)에 0-1로 지면서 1위가 됐다.

포항이 K리그의 승리 방정식을 바꾸고 있다. 그동안 K리그 팀들은 지나치게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는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포항은 이명주와 김재성, 고무열 등 토종 선수들의 짜임새 있는 패싱 플레이로 상대를 압도한다. 스페인 FC 바르셀로나의 패스축구 ‘티키타카’를 따 ‘스틸타카’로 알려진 포항의 패싱 플레이는 좁은 공간에서 2, 3명의 선수가 공을 주고받으며 공간을 파고든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특급 스타가 없이 고만고만한 선수들로 강팀을 상대하려면 패스 위주의 조직력으로 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다. 포항은 공수 간격을 좁히는 밀집수비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공격수와 미드필더가 정확한 패스를 앞세워 순식간에 상대 수비 조직력을 무너뜨린다. 아주 효율적인 축구를 한다”고 평가했다. 황선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지난해 우승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요즘은 축구 자체를 즐긴다. 이 흐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개인 기록 순위에서도 포항 선수들이 두드러진다. 김승대는 5골로 득점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고 이명주는 7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6도움(3골)으로 어시스트 부문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한편 전남 드래곤즈는 13일 부산을 2-1로 꺾고 전북을 다득점에서 제치고 2위가 됐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수원 삼성을 홈으로 불러 시즌 첫 승에 도전했지만 0-3 완패를 당해 4무 4패로 꼴찌에 머물렀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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