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말’의 질주가 시작됐다. 지난달 29일 프로야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9개 구단 감독은 “NC를 다크호스로 꼽겠다”고 입을 모았다. 데뷔 2년차 막내 구단에 대한 평가 치고는 후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오히려 NC를 얕본 말이 됐다. NC는 14일 현재 8승 4패 승률 0.667로 단독 1위다. 팀 타율(0.303)과 평균자책점(3.65)도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 같은 NC 힘의 근원은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를 떨쳐 낸 2년차들이다. 첫 번째 결과물에 비해 두 번째 결과물의 완성도나 흥행이 떨어지는 현상을 뜻하는 소포모어 징크스는 프로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풀타임 첫해 뛰어난 실력을 보인 선수들이 이듬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통계학적으로 접근하면 ‘평균으로 회귀’한 당연한 결과다. 평균보다 키가 큰 부부가 낳은 자녀는 대개 부모보다 작다. 세대를 거치더라도 사람의 키는 무한정 커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NC 2년차들은 평균으로 회귀하지 않고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선발 투수 이재학(24)이다. 데뷔 첫해 10승(5패)을 달성한 이재학은 국내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2점대 평균자책점(2.88)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올 시즌에는 NC의 외국인 투수 삼인방보다 빼어난 투구를 펼치며 에이스로 거듭났다. 14일 현재 이재학의 평균자책점은 1.19다. 체인지업을 통한 완급조절 능력도 향상돼 이닝이터의 면모도 보이고 있다. 경기당 평균 7과 3분의 2이닝을 던진 그는 9개 구단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지난해 이재학과 신인왕 부문에서 경쟁했던 외야수 나성범(25)의 방망이도 한 뼘 더 자랐다. 나성범은 2일 KIA와의 개막전 2차전에서 4타수 4안타 챔피언스필드 1호 홈런을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다. 지난해 타율 0.243 64타점 14홈런을 기록했던 그는 올 시즌 12경기에서 타율 0.333 8타점 3홈런으로 NC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김경문 NC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내야수 박민우(21)는 지난해 50도루로 ‘대도’에 등극한 풀타임 2년차 김종호(30)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2군에 머문 시간이 길었던 박민우는 현재 타율 0.367에 7도루로 도루 부문 1위다. 이종욱의 합류로 무한경쟁에 돌입한 2년차 테이블세터 김종호와 박민우는 NC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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