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가족들 “대회 나가야 얼굴 봐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일 03시 00분


채유정-김지원-김원호 등 종별선수권 출전 2세 선수들
부모는 지도자로 참가해 상봉

김보규 대한배드민턴협회 이사(오른쪽)와 배드민턴 유망주 김지원(한국체대) 부녀. 안동=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김보규 대한배드민턴협회 이사(오른쪽)와 배드민턴 유망주 김지원(한국체대) 부녀. 안동=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올해 고교 졸업 후 성인 배드민턴에 뛰어든 19세 동갑내기 유망주 채유정(삼성전기)과 김지원(한국체대)은 공통점이 있다. 부모의 뒤를 이어 라켓을 잡은 셔틀콕 2세다. 지난해 세계주니어선수권 여자복식과 단체전에서 우승을 합작한 이들이 장차 대성할 재목으로 꼽히는 데는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덕분인지도 모른다. 채유정의 어머니 김복선 씨는 1980년대 국가대표 출신으로 부산 안남초등학교 코치로 있다. 김지원의 아버지 김보규 씨는 대한배드민턴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제주여중 코치다.

2일 전국여름철종별선수권이 열린 경북 안동체육관에서 만난 이들은 “소속팀이 있다 보니 그동안 떨어져 있던 가족을 오히려 대회 때 볼 수 있게 됐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잘됐다”며 웃었다. 이번 대회에 모녀(또는 부녀)가 동반 출전해 경기장에서 모처럼 재회한 것. “오른손잡이인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왼손잡이가 됐다”는 채유정은 “내가 스트레스 받을까 봐 엄마는 잔소리를 거의 하지 않으신다. 욕심 버리고 운동을 즐기라는 말씀만 자주 하신다”며 고마워했다. 초중고교 시절 아버지 밑에서 운동을 배운 김지원은 “코치 딸이니까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많았다. 아빠는 요즘도 늘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고 했다.

1980년대 배드민턴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김복선 씨(오른쪽)와 올해 삼성전기에 입단한 유망주 채유정 모녀. 채유정 제공
1980년대 배드민턴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김복선 씨(오른쪽)와 올해 삼성전기에 입단한 유망주 채유정 모녀. 채유정 제공
배드민턴에는 유난히 2대에 걸쳐 코트를 지키는 경우가 많다. 대표팀 여자 단식 에이스 성지현은 올해 아버지 성한국 감독이 팀을 맡고 있는 MG새마을금고에 입단해 활약하고 있다. 성지현의 어머니 김연자 한국체대 교수도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길영아 삼성전기 감독의 아들 김원호는 초등학교 때 30연승 이상을 기록한 꿈나무로, 이 대회에서 원일중의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길 감독의 딸도 명인중에서 라켓을 잡고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소영의 세 딸은 모두 배드민턴을 하고 있다. 이광진 상무 감독의 두 아들도 모두 배드민턴 선수.

이들 2세 선수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배드민턴과 친숙해진 데다 일찍부터 체계적인 성장 과정을 밟을 수 있었다. 채유정의 카카오톡 배경 화면에는 ‘잊지 말자.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라는 글을 적어뒀다. 김중수 대한배드민턴협회 전무는 “부모의 후광이 부담을 주기도 하지만 동기부여가 돼 실력 향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안동=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배드민턴#채유정#김지원#김원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