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마치면서 그 선수들 다 잊었다” 황제 훈련?…“누구에게나 도움 줄 수 있어” 박주영 발탁 배경엔 “대체자원 못 찾았다”
2014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축구대표팀 최종엔트리 23명이 공개된 8일 경기도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 풋살구장. 행사 진행을 맡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대표팀 엔트리 발표 때면 통상적으로 가장 먼저 묻곤 했던 ‘선발배경’과 관련한 질의가 끝나자마자, 한 취재진이 심상치 않은 질문을 던졌다. “‘홍명보의 아이들’이 대거 발탁됐다.”
실제로 이번 명단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명은 홍명보 감독과 함께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위업을 일군 멤버들이다. 올림픽 와일드카드(23세 이상) 3명을 포함한 18명 중 골키퍼 정성룡(수원)-이범영(부산),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윤석영(QPR)-김창수(가시와 레이솔), 미드필더 기성용(선덜랜드)-김보경(카디프시티)-박종우(광저우 부리)-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공격수 구자철(마인츠)-박주영(왓포드) 등이 2년 전 영광의 얼굴들이다. 또 그 중 5명(이범영 김영권 윤석영 구자철 김보경)은 2009 이집트 U-20 월드컵부터 꾸준히 함께 했던 일명 ‘홍명보 키즈’ 출신이었으니, 일각에서 “자신과 함께 한 선수들만 편애하는 것 아니냐”며 고개를 갸우뚱할 만도 했다.
이에 대한 홍 감독의 답변은 간단명료했다. “올림픽을 마치면서 그 선수들을 다 잊었다고 예전에도 말한 적 있다. ‘홍명보의 아이들’이라고 하는데, 한 번 정도 (큰 대회) 경험을 한 것이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더욱이 그게 모든 (선발) 이유가 될 수도 없다.”
홍 감독의 목소리를 높아지게 만든 질문은 또 있었다. 부상당한 일부 유럽파들의 조기귀국 논란이 화두에 올랐을 때였다. 최근 박주영이 봉와직염(피부의 균이 상처로 침투해 생기는 질병)으로 시즌을 마치지 않고 일찍 귀국해 대표팀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코치의 도움으로 개인훈련을 하자, 한바탕 특혜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황제 훈련’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홍 감독은 “혜택이라고 하는데, 이전부터 누구든 도움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보는 시선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상이 박주영이기에 지적하는 분들이 많다고 본다. 그간 많은 이들을 점검했어도 마땅한 박주영의 대체자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 ‘대표팀 감독으로서 보기에 프로선수가 시즌 전 중도 귀국하는 게 합당한가’라고 묻자, 홍 감독은 “마지막까지 팀을 위해 헌신할 의무와 책임이 있지만 지금도 (다른 나라의) 많은 선수들이 월드컵을 위해 일찍 준비하고 있다”는 말로 반격(?)을 가했다.
대표선수 선발권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다만 감독은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면 된다. 홍 감독의 뼈 있는 답변 속에는 지금이 아니라 내일을 지켜봐달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