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승을 놓친 경험이 참 많았다. 이번에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내 자신만의 경기를 펼칠 수 있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 데뷔 8년 동안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박준원(28·코웰). 제33회 GS칼텍스 매경오픈 3라운드까지 박상현(31·메리츠금융)과 공동 선두를 달려 첫 우승의 꿈에 부풀었다. 그는 “꼭 우승하고 싶다”며 간절함을 숨기지 않았다.
마침내 꿈이 이뤄졌다. 박준원은 11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2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프로 데뷔 후 처음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박상현은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객관적 실력에선 박상현이 앞서 있었다. KPGA 투어 2승(SK텔레콤오픈, 에머슨퍼시픽오픈) 경험을 지닌 박상현은 2011년 상금랭킹 2위, 2012년 상금랭킹 4위를 기록한 강자다. 반면 박준원은 한 차례도 우승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었다. 2006년 아시안투어를 통해 프로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KPGA 투어에서 뛰고 있다. 최고 성적은 2006년 아시안투어 필리핀오픈과 2012년 KPGA 선수권에서 차지한 준우승이다.
그러나 박준원은 3라운드 경기 후 약속한 대로 4라운드에서 철저하게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하며 예상을 뒤엎었다. 승부처는 9번홀(파5)이었다. 박준원은 3번째 샷을 홀 60cm에 붙인 뒤 가볍게 버디를 성공시켜 1타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박상현은 이 홀에서 파에 그쳤다. 상승세의 발판을 마련한 박준원은 후반 들어 더욱 박차를 가했다. 12번홀(파4)과 14번홀(파5),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해 순식간에 3타차 선두로 달아났다. 행운도 따랐다. 10번홀(파4)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지는 실수가 나왔다. 그러나 공이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 쪽으로 들어왔다. 큰 위기를 맞을 뻔했지만, 행운이 뒤따르면서 선두를 지킬 수 있었다.
박상현은 퍼팅에서 발목을 잡혔다. 여러 차례 추격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버디 퍼팅이 홀을 벗어났다.
박준원은 “경기하는 동안 최대한 우승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현재에만 집중하자’고 1000번도 넘게 생각한 것 같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내 자신만 생각했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우승하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루게 돼 더 기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한편 황중곤(22)과 이기상(28)은 합계 9언더파 279타로 공동 3위,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아마추어 김남훈(20·성균관대)은 7언더파 281타를 쳐 김우현(23), 박일환(22·JDX스포츠), 스콧 헨드(호주) 등과 함께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