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리본 달고 월드컵 첫발 브라질 월드컵 본선 출전을 앞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왼쪽)이 대표팀 1차 소집일인 12일 경기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로 들어서고 있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23명)에 이름을 올린 ‘쌍용’ 기성용(선덜랜드·왼쪽에서 두 번째)과 이청용(볼턴·왼쪽에서 세 번째)도 나란히 입소했다. 군인 신분인 이근호(상주)는 입소 전 거수경례로 각오를 다졌다. 파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설렌다.”
4년 전인 2010년 5월. 이청용(26·볼턴)과 기성용(25·선덜랜드), 이른바 ‘쌍용’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30명의 예비 명단에 들어 경기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입소했다. 첫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최종 명단 23명에도 뽑힌 이들은 팀에서 막내였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의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첫 월드컵 경험을 쌓고 4년 뒤인 12일. 브라질 월드컵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첫 소집일에 나란히 NFC에 다시 입소했다. 이들의 소감은 입을 맞춘 듯 같았다. “여전히 설렌다.”
4년 전 한국 축구의 기대주였던 이들은 어느새 한국 축구를 책임지는 위치로 성장했다. 이제 나이로만 따져도 대표팀 내에서 중견 선수가 됐다. 이들이 대표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은 더욱 커졌다.
기성용은 “4년 전에는 (의지할) 형들이 있었다. 지금은 내가 좀 더 힘을 내고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때보다는 경기력과 생활면에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청용은 “4년 전에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때는 막내여서 정신이 없었다. 지금은 그때보단 정신이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두 번째 월드컵을 준비 중인 ‘쌍용’에게는 지난 4년간 위기도 있었다. 4년 전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뛰었던 기성용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하지만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파문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았고 대표팀에도 한동안 뽑히지 못했다. 이청용은 남아공 월드컵 다음 해인 2011년 7월 오른쪽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으로 10개월 이상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그토록 뛰고 싶던 올림픽에도 나서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팀은 2부 리그로 강등됐다.
시련은 이들을 더욱 강하게 성장시켰다. 기성용은 이번 시즌 27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는 등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이청용도 팀에서 꾸준히 주축 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볐고 대표팀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선수로 일찌감치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기성용은 “한 달 동안 후회 없이 준비해 모든 것을 다 쏟아 붓겠다”고 각오했다. 이청용도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만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청용 기성용과 함께 박주영(왓퍼드), 이근호(상주), 이용 김승규 김신욱(이상 울산), 정성룡(수원), 이범영(부산) 등 9명이 NFC에 입소했다. 박주영은 대표팀 합류 전 NFC 훈련에 관한 논란에 대해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국가를 위해, 국민을 대신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인데 국민이 뛰지 말라는 것은 나라가 원하지 않는 것이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월드컵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마인츠05) 등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13일 합류한다. 홍 감독은 “선수들이 모두 입소하는 19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할 계획이다. 30일 미국 전지훈련 전까지 선수들의 몸 상태를 80%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소속팀에서 자주 뛰지 못하는 선수를 선발한 것을 두고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점에 대해 홍 감독은 “원칙은 내가 깬 것이 맞다. 나 역시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분명한 것은 경쟁력에서 앞선 선수가 선발됐다는 것이다. 어떤 선발이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으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