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넥센 나이트(39)가 역대 한 시즌 최다 퀄리티스타트 기록을 남기고 한국 무대를 떠났습니다. 나이트는 2012년 서른 번 선발 등판해 그중 27번(90.0%)을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막고 마운드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는 ‘더 몬스터’ 류현진(27·LA 다저스)도 못 해 본 기록입니다(한 시즌 23번이 최다). 나이트 대신 넥센 유니폼을 입게 된 소사(29)는 KIA에서 2년간 51번 선발 등판해 27차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퀄리티스타트는 선발 투수 활약을 측정하는 데 널리 쓰이는 지표입니다. 그런데 6이닝 3자책점을 평균자책점으로 바꾸면 4.50이나 됩니다. 2011∼2013년 프로야구 전체 평균자책점이 4.11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준이 지나치게 헐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통산 평균자책점이 딱 4.50이었던 전준호 KT 투수코치(39)는 방출로 선수 생활을 끝낸 반면에 동명이인 전준호 NC 주루코치(45)는 팬들이 은퇴식을 열어준 건 우연만은 아니죠.
퀄리티스타트를 두고 이렇게 생각하는 건 6이닝 3자책점 기준이 ‘하한선’이라는 걸 놓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1∼2013년 프로야구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선발 투수 기록을 모아보면 평균자책점이 1.87밖에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하면 7.00으로 평균자책점이 수직 상승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프로야구는 1640경기를 치렀습니다. 선발 투수는 양 팀에서 한 명씩 나오니까 모두 3280명. 이 중 43.8%(1436명)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니까 퀄리티스타트의 ‘퀄리티(quality)’는 상위 40%를 뜻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상위 40%와 하위 60% 사이에 평균자책점 양극화가 극심하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기록이 퀄리티스타트 달성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줄까요? 일단 삼진은 아닙니다.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을 때 9이닝당 탈삼진이 6.7개로 실패 때(5.9개)보다 많지만 대단한 차이는 아닙니다. 그 대신 볼넷은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성공 2.64개, 실패 4.63개). 여기에 홈런이 결정타를 날립니다.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한 투수는 홈런을 0.39개밖에 맞지 않았지만 실패한 투수는 1.07개 맞았습니다.
여기서 잠깐 지난주 ‘베이스볼비키니’ 내용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볼넷을 많이 내줄수록 장타를 허용할 확률도 올라갑니다. 게다가 홈런 여부는 상대 타자에게 달렸지만 볼넷은 투수 책임입니다. 결국 볼넷이 퀄리티스타트 성패를 가르는 도화선인 셈입니다.
나이트 역시 볼넷이 문제였습니다. 2012년 9이닝당 2.29개밖에 되지 않던 볼넷이 지난해는 4.12개, 올해는 6.75개로 갈수록 늘었던 겁니다. 반면 소사는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2.97개로 선전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결국 넥센에서는 나이트보다 소사가 남은 시즌 동안 퀄리티스타트를 더 많이 성공할 수 있다고 봤던 것이겠죠. 과연 넥센의 이 ‘볼넷 줄이기’ 승부수가 창단 후 첫 대권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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