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팬 K 씨(28·서울 강서구)는 11일 대전구장을 찾았다가 “관중석에 나란히 앉은 여성분하고 어떤 사이냐?”고 묻는 지인들의 문자메시지 공세에 시달렸다. 포수 후면석에 앉은 죄(?)로 TV 중계 내내 카메라에 잡혔던 것. K 씨는 “지인들은 여자 친구이기를 기대했지만 전혀 모르는 분이었다”며 웃었다.
이전까지 야구장 홈플레이트 바로 뒤에는 기록위원실처럼 프로야구 관계자들이 쓰는 공간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전구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난겨울 리모델링을 통해 이곳에 관중석에 생기면서 K 씨처럼 누구보다 생생하게 야구를 지켜보는 건 물론이고 덤으로 TV 출연 기회도 얻는 팬들이 생겼다. 17일 현재 9개 팀 중 8위에 그치고 있는 한화의 안방 구장 관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 늘어난 이유다.
구장을 새로 지은 광주는 말할 것도 없다. 올해 새로 문을 연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는 경기당 평균 1만4866명이 찾았는데 이는 지난해 5월 17일까지 무등구장을 찾은 관중보다 54.2% 많다. 입장 수익은 11억9629만 원에서 23억5362만 원으로 두 배가 됐다. 6위에 머물고 있는 팀 성적을 감안하면 역시 고무적인 일이다.
반면 넥센은 시즌 초반부터 줄곧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관중은 8.4% 늘어나는 데 그쳤고, 입장 수익에도 거의 변화가 없다. 팬들이 야구장을 찾도록 만들려면 성적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예전에는 야구장을 지을 때 기능적인 측면에 주안점을 뒀다. 그러나 이제 포항구장을 시작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야구장을 스포츠 문화 공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자리잡았다”며 “잠실구장은 여전히 가장 많은 관중이 찾지만 별 개선이 없어 이제 가장 뒤떨어진 구장이 됐다. 잠실도 친환경 친자연적인 구장이 되도록 서울시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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