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 “어려움 많지만…”, 최용수 감독 “늘 헤쳐왔듯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3일 03시 00분


K리그 황선홍-최용수 감독이 홍명보 감독에게 보내는 응원
황선홍 감독-탁월한 위기관리 능력 또 보여주리라 믿는다
최용수 감독-음지의 선수들 챙겨왔기에 대표팀도 똘똘 뭉치겠지요

단복 빼입은 홍명보팀 “월드컵 느낌 온다”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2일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가 후원하는 공식 단복 ‘프라이드 일레븐’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표팀은 28일 튀니지와 평가전을 치른 뒤 30일 최종 전지훈련지인 미국 마이애미로 출국한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대표팀 단복은 아무나 쉽게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파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단복 빼입은 홍명보팀 “월드컵 느낌 온다”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2일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가 후원하는 공식 단복 ‘프라이드 일레븐’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표팀은 28일 튀니지와 평가전을 치른 뒤 30일 최종 전지훈련지인 미국 마이애미로 출국한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대표팀 단복은 아무나 쉽게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파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의 신예 명장으로 떠오른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46)과 최용수 FC 서울 감독(41)이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45)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대학은 다르지만 1987학번 동기인 황 감독과 홍 감독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앞두고 막내로 대표팀에 합류해 한방을 쓰면서부터 ‘절친’으로 지내고 있다. 최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홍 감독과 역시 한방을 쓰며 큰 교훈을 얻어 ‘평생의 은인’으로 삼고 있다. 이 3인방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4강 신화를 합작하기도 했다. 황 감독과 최 감독이 대표팀에서 지내던 때를 회상하며 각각 친구와 선배에게 진솔한 응원의 편지를 썼다.

친구 명보에게.

너를 대표팀에서 만난 지도 벌써 24년이 넘었구나. 이탈리아 월드컵을 앞두고 막내로 태극마크를 달고 한방을 쓰면서 미래를 꿈꾸던 시절이 새삼 그립다. 볼 심부름 등을 하며 대선배들 틈 속에서 몰래 울기도 했고 웃기도 했지. 태극마크는 우리에게 자부심이면서도 엄청난 부담이었다. 이겼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좋았지만 졌을 때 쏟아지는 비난에 가슴에 멍이 수만 번 들어야 했지. 공격수인 나는 결정적인 찬스를 못 살렸을 때, 수비수인 너는 결정적인 실수를 했을 때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가로 짊어져야 할 우리의 운명이었지.

며칠 후 브라질로 떠나는 명보 너를 볼 때 한편으로 너무 큰 짐을 어깨에 지게 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다른 때와 달리 국가 전체가 대표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너로서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슬픔에 잠긴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던져줘야 하기에 역대 그 어떤 월드컵 때보다 심적인 부담감이 클 것이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단 이상 감내해야 한다. 그리고 명보 너이기에 믿는다. 넌 항상 위기에 강했다. 선수 때도 그랬고 지도자로서도 그랬다. 대표선수로 오래 활약했고 훌륭한 감독 밑에서 잘 배웠다. 무엇보다 넌 늘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월드컵,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2012년 런던 올림픽…. 대회에 나갈 때마다 힘든 상황이 닥쳐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그때마나 넌 잘 이겨냈다.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 획득도 너의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상황은 쉽지 않다. 우리가 상대할 H조의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 모두 강팀이다. 장밋빛 전망보다 다소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월드컵에 나갈 때마다 그랬다. 이런 안 좋은 평가 속에서도 2002년 ‘4강 신화’를 이뤘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도 이뤘다.

명보 너에게 이번 월드컵은 또 하나의 도전이다. 그동안 보여줬듯 소신을 가지고 밀고 나가면 충분히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기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난 너를 믿는다.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

명보 형!

형의 이름만 불러도 든든합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기억하세요? 당시 멕시코와의 조별 리그 1차전에서 1-3으로 질 때 전 벤치만 지켰죠. 저도 그랬고 모든 사람이 저의 출전을 기대하고 있었죠. 그래서 여론도 좋지 않았고 ‘최용수, 왜 안 뛰었느냐’를 놓고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죠. 저도 흥분해 불만을 표출하려 할 때였습니다. 같은 방을 썼던 형이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축구판에서 오래가지 못한다. 네가 불만을 표출하면 여론은 더 걷잡을 수 없을 것이고 한국 축구는 완전히 무너진다”고 했어요. 그래서 전 기자회견에서 “전혀 불만이 없다. 선수의 출전 여부는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라고 말했고 여론은 잠잠해졌지요. 전 그때를 잊지 못합니다. 제가 그때 불만을 표출했으면 어땠을까요.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형의 그 냉철한 충고를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형은 잘나가는 후배보다 늘 음지에 있는 선수들을 챙겼어요. 그래서 선수들이 많이 따랐죠. 또 24년간 한국 축구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겸손했어요. 선후배들이 형을 신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과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이 형을 끝까지 믿고 따랐던 것을 봐도 느낄 수 있습니다.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에 대해 일부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었지만 전 형을 믿습니다. 최상의 전력을 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입니다. 이번 대표선수들도 형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 늘 형의 ‘운(運)발’은 타고났다고 말합니다. 큰 위기가 닥칠 때마다 형이 잘 피해 가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행운이라는 게 그냥 오는 것인가요?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선수들과 신뢰로 뭉쳐 함께하니까 오는 것이지요.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One for all, All for one).’ 형이 올림픽 때 내건 슬로건 잊을 수 없습니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 만고의 진리인 것 같습니다.

형, 지금 나라가 참 힘든 상황입니다. 형의 그 ‘운발’로 대한민국이 다시 웃길 기대합니다. 감히 후배로서 형에게 조언한다면 첫 상대 러시아는 꼭 잡아야 합니다. 물론 잘 알고 계시겠지만. F F

―최용수 FC 서울 감독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최용수#황선홍#브라질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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