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의 전력을 가늠하는 척도는 상위타선이다. 테이블세터로 분류되는 1번∼2번타자, 팀에서 가장 잘 치는 중심타선인 3번∼5번타자가 좋은 팀이 강팀이다. 그러나 최근 하위타선의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8번타자, 9번타자라고 쉬어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쉽게 승부를 들어갔다가 상위타선까지 찬스가 이어져 대량 실점하는 경우가 종종 나오고 있다. 기록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 상위팀은 강한 하위타선 보유
하위타선은 주로 6번∼9번을 일컫는다. 26일까지 상위권 4팀의 하위타선 타율을 살펴보면 1위 삼성이 0.264, 2위이 두산 0.274, 3위 NC가 0.276, 4위 넥센이 0.269다. 한화(0.243·8위), LG(0.246·9위), SK(0.244·6위)가 2할4푼 대에 머물고 있는 것에 비해 1푼 이상 높은 수치다. 7위 KIA도 하위타선이 타율 0.267을 기록 중이지만 중심타선 타율(0.289)이 넥센(0.285), LG(0.287)에 이어 가장 약하다. 하위타선에서 찬스를 상위타선까지 연결해도 해결할 타자들이 다소 약하다는 방증이다. 5위 롯데도 하위타선이 0.261을 기록 중이지만, 1번타자 타율이 0.227로 낮아 이음새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하위타선이 0.264로 상위권 4팀 중에 가장 약하지만 1번타자 타율이 0.272로 우수하고, 중심타선 타율이 0.321로 가장 좋아 승승장구하고 있다. 게다가 올 시즌 6번에 배치되고 있는 삼성 이승엽의 방망이가 살아나면서, 상대팀 입장에서는 중심타자라고 승부를 거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 하위타선의 동반 상승효과
물론 하위타선만 좋다고 팀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찬스 때 쳐줄 중심타선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올 시즌 4번타자 역할을 해줄 외국인타자가 각 팀에 1명씩 포진하면서 9개 팀 중심타선 수준이 비슷해졌다. 실제 26일까지 194경기를 치를 동안 각 팀의 중심타선 최저타율이 0.287(넥센), 최고타율이 0.312(삼성)로, 9개 팀 차이가 크지 않다. 하위타선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뿐 아니다. 하위타선이 강해지면 타선이 더욱 견고해지면서 동반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두산 민병헌은 “내가 타점이 많은 것은 하위타자 (김)재호 형이나 (정)수빈이가 잘 해주기 때문”이라며 “하위타자들이 잘 하면 상위타선까지 찬스가 연결돼 타선 자체가 강해진다”고 말했다. 한화의 경우도 9번 정범모가 살아나니 1번 이용규∼3번 정근우∼4번 김태균∼5번 펠릭스 피에로 이어지는 다이너마이트타선이 폭발했다. 마운드도 뒷심이 강해야 하듯 타선도 하위타자가 강해야 팀이 잘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