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정근우(32·사진)는 승부욕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29일 대전 NC전을 앞두고 그의 얼굴 표정은 밝지 못했다. 27일과 28일 경기마다 18점씩을 내주며 졌으니 속이 편할 리 만무했다. 게다가 10점 이상 차이로 지는 경기는 여파가 남는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 하고 지면 의욕이 꺾인다. 접전이었다가 졌을 때만큼 피로도도 높고, 다음 경기에도 투수와 타자의 기싸움에서 지고 들어가게 된다. 3연전 중 2패를 했으니 스윕패에 대한 부담도 생긴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정근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동안 팔짱을 끼고 말없이 그라운드를 응시하며 상념에 빠져있었다. 선·후배 구분 없이 살갑게 다가가며 벤치 분위기를 밝게 하려는 성격임에도, 3연전 중 첫 경기 선발이었던 이태양을 향해 “내가 지면 가만 안 둔다고 했지?”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농담 섞인 어조였지만 아쉬움과 속상함이 묻어나왔다.
그러나 정근우는 “아프게 지는 건 없다. 18대1로 지든, 2대1로 지든 지는 건 똑같다”며 “어떻게 졌든 1패일뿐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어차피 강팀도 128경기 중 절반 가까이 진다. 경기 내용을 떠나 1패이니 이미 지나간 경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또 한화는 29일까지 44경기를 치렀다. 아직 84경기가 남아있다. 전날 패배를 염두에 두고 마음을 쓰기에는, 남은 경기가 많다.
NC 손시헌도 지난 경기에 연연하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큰 점수차로 이겼지만 “18점씩을 내고 이기는 경기는 1년에 한두 번 나올까 말까 하는 보너스 게임이다. 전날 잘 쳤다고 들뜨면 안 된다”며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일희일비할 틈도 없이 매일 경기를 치러야하는 야구 선수들의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