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Brasil 2014 D-10]
스포츠심리 전문가 김병준 교수 “비난하면 자책감에 조직력 붕괴”
브라질 월드컵 개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8일 튀니지에 0-1로 패한 뒤 최종 전지훈련지 미국 마이애미로 떠난 한국에 대해 ‘역대 최약체’ ‘3패 유력’ 등 비관적인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회는 시작도 안 했고 대표팀은 전력을 한창 끌어올리는 중이다. 홍명보 감독도 “이제 80% 정도 완성됐다”고 했다. 여전히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에 대한 희망은 있다는 얘기다. 스포츠심리학 전문가 김병준 인하대 교수(48·사진)로부터 한국의 심리적 필승 전략을 들어봤다. 김 교수는 2007년 FC 서울 심리 자문역을 시작으로 GS 칼텍스 배구단, 대우증권 탁구단 등 단체 및 개인 심리 상담 경험이 많아 이론과 실전 지식이 풍부하다.
○ 자책(自責)하지 마라
김 교수는 “큰 대회를 앞두고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비난과 자책이다”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은 아무리 심리적으로 강해도 비난을 받으면 위축되고 자책감에 빠질 수 있다. 당연히 경기력에도 영향을 준다.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중앙 수비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의 실수로 골을 내줘 0-1로 졌는데 현재로선 홍정호의 기를 살려주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11명 중 1명이라도 자책감에 빠지게 되면 조직력이 무너져 경기 자체를 망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 중 실수는 언제나 나오는 법이니 서로 ‘괜찮아’라고 용기를 북돋으며 실수한 선수가 자책감에 빠지지 않도록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셰놀 귀네슈 감독의 요청으로 서울 선수들 상담을 했는데 재능 많은 젊은 선수들이 화합하지 못하고 있었다. 개인들이 욕심을 부리고 다른 선수들은 비난을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그래서 언제나 동료 플레이에 ‘잘했어’라고 서로 용기를 주라고 했더니 바뀌었다”고 말했다. 서울은 전력을 정비해 2010년 K리그 정상에 올랐다. 실수를 했어도 ‘괜찮아’, 슈팅이 벗어났을 때도 ‘잘했어’라고 하는 말 한마디가 서로에게 신뢰와 믿음을 줘 조직력이 탄탄해졌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 자책하게 만들어라
2006년 7월 10일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독일 월드컵 결승전.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이 연장 후반 5분 이탈리아의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일명 ‘지단 박치기 사건’. 이 박치기로 지단은 퇴장당했고 우승컵은 이탈리아의 품에 안겼다. 추후 밝혀진 박치기의 진상은 마테라치가 경기 중 지단의 여동생을 욕했고 이에 지단이 흥분하면서 나타난 행동이었다. 이 사건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겠다는 ‘윈 어글리(Win Ugly·추하게 이기다)’의 전형이 됐다.
김 교수는 “상대 선수에게는 실수를 유발해 자책감에 빠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책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선수가 자책감에 빠지는 순간 그 경기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윈 어글리까지는 아니지만 상대를 심리적으로 흔들리게 하는 플레이는 현대 스포츠에서 꼭 필요한 전략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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