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인의 전사 Road to Brazil] 홍명보호 ‘원팀 원골’의 구심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9일 06시 40분


구자철(마인츠·왼쪽)이 8일(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세인트 토마스 대학교에서 진행된 전술훈련 도중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구자철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런던올림픽,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잇달아 주장 완장을 차며 홍명보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구자철(마인츠·왼쪽)이 8일(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세인트 토마스 대학교에서 진행된 전술훈련 도중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구자철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런던올림픽,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잇달아 주장 완장을 차며 홍명보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19. 월드컵대표팀 최연소 캡틴 구자철

2014브라질월드컵에 나서는 축구대표팀의 주장은 구자철(25·마인츠)이다. 2002한일월드컵 홍명보-2006독일월드컵 이운재-2010남아공월드컵 박지성에 이어 캡틴 바통을 이어받은 그는 역대 월드컵대표팀의 주장들 가운데 최연소다. 종전 기록이던 2010년의 박지성(29세)보다 네 살이나 어리다.

● ‘구줌마’가 된 ‘바른생활 사나이’

충주 중앙초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구자철은 청주 대성중에 입학할 당시 키가 146cm에 불과할 정도로 작았다. 축구를 잘 하겠다는 욕심 하나로 소년은 하루 1리터 이상씩의 우유를 마셨다. 또래들이 한창 즐겨마시던 탄산음료는 입에 대지도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일기를 쓰며 축구만 생각했던 그는 서울 보인정보산업고 시절 실력보다 인성을 더 강조하던 임근재 감독을 만나 ‘바른생활 사나이’로 성장했다. 학창 시절 몸에 밴 바른 습관은 프로 데뷔 후 성공가도를 달리는 밑바탕이 됐다. 고교 3학년 때 그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스카우트한 제주 박경훈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축구선수는 (구)자철이처럼 축구만 생각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항상 주변도 돌볼 줄 아는 배려심도 지니고 있다. 동료들은 그를 ‘구줌마’라고 부른다. 아줌마처럼 주변을 세심하게 챙긴다는 뜻에서다.

● 꿈을 위해 준비한 남자

어렸을 적부터 큰 꿈을 꾼 구자철은 2007년 제주에 입단한 뒤 4년간 70경기에서 7골을 넣었다. 2010년 발군의 기량을 뽐내며 활짝 꽃을 피웠다. 5골-12도움을 올리며 K리그 중위권팀 제주를 단숨에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듬해 카타르 아시안컵 득점왕(5골)에 오른 뒤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하며 해외 진출의 꿈을 이뤘다. 제주 시절, 틈틈이 어학공부를 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끝에 이룬 성과다.

구자철이 유럽 무대에서 빛을 발한 것은 2012∼2013시즌 아우크스부르크 임대시절이었다. 지동원과 함께 ‘지구특공대’를 이뤄 36경기에서 8골을 터트리며 경쟁력을 과시했다. 2013∼2014시즌에 앞서 볼프스부르크로 복귀했던 그는 오랫동안 자신을 원했던 마인츠로 올해 1월 이적해 팀의 핵심선수로 맹활약을 이어갔다.

● 홍명보의 복심(腹心)

구자철은 누구나 인정하는 ‘홍명보의 아이들’의 선두주자다. 홍명보 감독은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 때마다 그에게 리더 역할을 맡겼다.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 때도 홍명보호의 캡틴은 구자철이었다. 그가 2010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도중 최종엔트리에서 아쉽게 탈락하자 홍 감독이 먼저 전화를 걸어 제자를 위로했다는 일화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2014브라질월드컵. 자신의 축구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고비를 맞이한 홍 감독은 이번에도 구자철에게 중책을 맡겼다. 구자철은 눈빛만으로도 홍 감독의 마음을 읽고, 그 뜻을 동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구자철은 무엇보다 홍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과 팀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 홍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토는 ‘원(One·하나 됨)’이다. 이는 구자철의 마음속에도 절대가치로 새겨져 있다. 그는 “우리의 경쟁력은 ‘팀 파워’다. 개인이 아닌, 팀의 힘으로 월드컵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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