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우루과이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봤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이청용 선수에서 차두리 선수로 이어지는 롱패스가 유독 많더군요.”
하비에르 로페스 페냐 영국 런던대(UCL) 수학과 교수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브라질 월드컵에서 만날 첫 상대인 러시아는 조직력이 강한 게 특징인 만큼 롱 패스 전술보다는 짧은 패스를 많이 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사람은 ‘점’으로, 패스는 ‘선’으로
스페인 남부 작은 마을 그라나다 출신인 페냐 교수는 어릴 때부터 축구광이었다. 그는 수학자가 된 후에도 축구 분석에 수학을 적용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모국인 스페인이 우승하자 한국을 포함해 16강에 진출한 16개국 대표팀의 패스를 그래프 이론으로 분석해 스페인이 우승을 차지한 이유를 수학적으로 설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선수 11명을 11개의 점으로 보고 패스는 점들끼리 선으로 이어 그래프를 만든 것이다.
페냐 교수는 이 그래프에서 평균 패스 횟수와 클러스터링 값에 주목했다. 클러스터는 그래프에서 조밀하게 모여 있는 집단을 가리킨다. 페냐 교수는 선수 3명이 삼각형 구도로 패스를 주고받는 빈도를 클러스터링 값으로 나타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의 평균 패스는 227회, 클러스터링 값은 24.4로 분석됐다. 우리에게 1 대 2 패배를 안겼던 우루과이는 평균 패스 117회, 클러스터 값 14.3으로 한국보다 적었다. 반면 스타 선수 의존도를 나타내는 ‘사이 중앙성’ 값은 우루과이(4.8)가 한국(2.6)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그만큼 두 팀의 스타일이 크게 달랐다는 뜻이다. 우승을 차지했던 스페인은 패스(417회)나 클러스터 값(30) 모두 다른 팀보다 월등히 높았지만 사이 중앙성 값(1.9)은 한국보다 낮았다.
페냐 교수는 “사이 중앙성 값이 작다는 건 독보적인 스타 선수 중심으로 경기가 진행된 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패스를 하며 조직적으로 경기를 치렀다는 의미”라면서 “한국도 지난 월드컵 우승팀인 스페인처럼 조직적인 축구에 강한 만큼 이번에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러시아, 3명이서 패스 주고받는 압박축구 강해
그렇다면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상대인 러시아의 전력은 어떨까. 이를 위해 페냐 교수에게 특별히 그래프 분석을 의뢰했다. 한 달 가까이 e메일을 7차례 주고받았다. 러시아는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지 않은 만큼 2012년 유러피안컵 체코전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러시아는 이고리 데니소프와 로만 시로코프, 콘스탄틴 지랴노프 등 선수 3명이 삼각형 구도로 활발하게 패스를 주고받았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면서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조직력이 강한 압박축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들 3명 가운데 데니소프와 시로코프 선수는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다. 한국이 롱패스보다는 짧은 패스를 통해 돌파하는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페냐 교수는 수학적인 관점에서 이번 월드컵의 우승이 홈팀인 브라질에 돌아갈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홈팀이 평균 0.42골 정도 유리하지만 월드컵에서는 거의 0.8골로 늘어난다”면서 “브라질의 날씨 등을 고려하면 홈팀이 확실히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 밖에 페냐 교수는 아르헨티나, 독일, 스페인도 우승 후보로 꼽았다.
페냐 교수는 지난해부터 축구 데이터 분석회사인 ‘킥덱스(Kickdex)’에서 선수의 기여도를 수치로 환산하는 일도 하고 있다. 그는 “박지성, 박주영 선수를 알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기성용 선수의 패스와 경기 스킬을 매우 인상 깊게 봤다”며 한국팀의 선전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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