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전 참패, 시름 깊어가는 홍명보 감독
선발 포백라인 이례적 3명이나 교체… 선수들 호흡 전혀 안맞고 움직임도 둔해
미드필드 느슨한 압박도 수비 부담 가중
洪감독 “선수들 문제 인식… 바꿀 수 있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10일 미국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과 가나의 평가전 전반전이 0-2로 끝나자 경기장 내 흡연구역을 찾았다. “담배 끊었는데 다시 물게 되네요.” 대표팀의 답답한 경기 내용 때문에 황보 위원장은 석 달 전에 끊었던 담배를 이날 다시 피웠다.
축구 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 개막 전 마지막 평가전인 가나와의 경기에서 연이은 수비 실책으로 0-4의 완패를 당했다.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은 전날 “가나전은 전술 점검을 위한 것이다.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대표팀의 수비와 공격은 전술이라고 할 만한 것도 별로 없었다. 얻은 것이 있다면 이대로는 월드컵 본선에서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홍 감독은 이날 선발 수비라인 4명 중 3명을 교체했다. 중앙수비수 김영권(광저우 헝다)만 끝까지 뛰었다. 수비라인은 호흡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웬만해선 바꾸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튀니지전에서 홍 감독은 수비수 한 명만 교체했다. 그것도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가 부상을 당해 어쩔 수 없이 곽태휘(알힐랄)로 바꾼 것이다. 3월 6일 그리스전에서는 4명 모두 풀타임을 뛰었다.
홍 감독이 이날 수비수를 3명이나 바꿨다는 건 그만큼 성에 차지 않았다는 얘기다. 수비 불안은 이날 세 번째 실점(후반 8분) 장면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포백라인은 실점 위기 때 누가 앞으로 나가고 자리를 지킬지, 백업은 누가 들어갈지를 짧은 시간에 찰떡같은 호흡으로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모두 페널티 지역에서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그 사이 가나는 두 차례의 편안한 원터치 패스 후 슈팅 연결로 득점했다. 이 경기를 현장에서 중계한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그냥 서 있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홍 감독은 마이애미 전지훈련 기간 내내 수비수 간의 ‘토킹’(커뮤니케이션)을 수도 없이 강조했는데 별 효과가 없었다.
모든 실점을 수비수 책임으로 돌릴 순 없다. 네 번째 실점(후반 44분) 상황이 그랬다. 가나는 중앙선 부근에서 2번의 패스 만에 골문 앞으로 크로스를 올려 득점했다. 중원에서의 압박이 느슨했기 때문이다. 미드필더 라인이 쉽게 뚫리면 수비가 정비할 시간을 갖기 어렵다.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시티)은 “무엇이 얼마나 부족한지 많이 느꼈다. 겸손한 마음으로 다시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수비 진영에서 나온 오른쪽 풀백 김창수(가시와 레이솔)의 패스 실수로 첫 골(전반 11분)을 헌납했다. 대표팀은 또한 전반 44분과 후반 44분에 실점하면서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막판 집중력 부족을 또 드러냈다. 대표팀은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 6월 이후 이날까지 치른 16경기에서 22실점했는데 이 중 9골을 전후반 종료 5분을 남기지 않은 시간대에 내줬다.
홍 감독은 “전반 2실점이 우리가 극복하기에는 큰 숫자였다. 조직적인 실수였다기보다 개인 실수가 패배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대표팀은 미드필드부터의 압박에 실패한 뒤 중앙과 측면수비수가 모두 호흡을 맞추지 못하는 조직력의 문제를 드러냈다.
홍 감독은 “축구라는 건 짧은 시간에도 변화가 가능하다. 선수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수비수였던 홍 감독이 수비라인을 하루 이틀에 정비한다는 건 쉽지 않다는 걸 모를 리 없다.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첫 상대인 러시아와의 경기(18일 오전 7시)가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홍 감독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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