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World Cup]역대 최고 ‘완벽한 공’… 빠르고 정확한 슈팅 기대하시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2일 03시 00분


스포츠 과학의 결정체 ‘브라주카’

“우리 공으로 하자.” “안 돼! 우리 것으로 해야 해.”

1930년 제1회 우루과이의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서로 자기 공을 사용하겠다고 싸웠다. 결국 국제축구연맹(FIFA)은 전반에는 아르헨티나 공, 후반에는 우루과이 공을 사용하도록 중재했다. 전반에는 아르헨티나가 2-1로 앞섰지만 후반에는 우루과이가 4-2로 역전해 우승했다. 자신들이 사용했던 공을 쓸 때 더 많은 골을 넣은 셈이다. 그만큼 공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에도 이런 논란은 이어졌고 전후반 공을 따로 써왔지만 1970년 멕시코 월드컵 때부터는 완전히 사라졌다. FIFA가 공인구를 지정했기 때문이다. FIFA는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브랜드 아디다스를 스폰서로 삼아 가볍고 완벽한 구형에 가까운 공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첫 작품이 ‘텔스타’였다. 32개의 패널(Panel) 조각(5각형 12개, 6각형 20개)을 이용해 만들었다. 텔스타는 갈색 공이 주류를 이뤘던 과거 축구공과 달리 TV 화면에 더 잘나오도록 흰색과 검은색을 섞어 만들었다. 이후 이번 브라질 월드컵까지 44년 동안 12차례의 공인구가 탄생했고 그때마다 스포츠 과학의 결정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완벽한 구(球)와 공기 역학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Brazuca)’는 역대 최고로 완벽한 구(球)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대 최고의 공인구를 꿈꾸며 개발했다’는 아디다스는 기능적 특징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했다. 요약하면 크게 2가지다. 공 표면의 조각(패널)이 6개로 역대 가장 적다는 것과 공의 표면에 미세돌기를 특수 처리했다는 것이다. 공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조각의 수를 줄일수록 완전 구형에 가까워질 수 있다. 조각이 많은 공에 비해 이음새가 줄어드는 만큼 표면이 매끄러워 불규칙성이 줄어든다.

이론상으론 그렇다. 하지만 공이 날아갈 때는 공의 표면이 매끄러울수록 공기저항을 많이 받아 제 속도로 나가지 못하고 흔들리는 현상이 벌어진다. 날아가는 물체의 무게와 속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매끄러운 공은 표면에 흐르는 공기를 바로 밀어낸다. 저항이 세진다는 얘기다. 브라주카는 완벽한 구에 가깝게 만들었지만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불라니’보다 안정적이게 만들기 위해 몇 가지 기술을 더 가미했다. 6개로 역대 최소 패널을 썼지만 이음새는 더 길어지게 바람개비 형태로 만들었다. 이음새가 3.32m로 패널 8개인 자불라니의 1.98m보다 1.5배 가까이 길다. 공기역학상 실밥이 있는 공을 던지는 게 표면이 매끄러운 공을 던지는 것보다 정확하듯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브라주카는 또 표면에 균일한 형태의 미세 돌기를 만들었다. 아디다스 측은 “축구화의 마찰력을 높여줘 공격수는 슈팅의 정확성을, 골키퍼는 그립감을 높여줬다. 미세 돌기는 마찰력과 그립감 외에도 골프공의 딤플같이 공기 저항을 줄여줘 궤도의 안정성까지 높여주는 효과를 준다.


정확성과 안정성 OK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된 실험에 다르면 브라주카는 속도가 빨라지고 슈팅의 정확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쓰추바대 스포츠풍동(Wind Tunnel)실험실 연구진은 브라주카를 분석한 결과 공기의 저항을 덜 받고 키커가 원하는 곳으로 정확하게 보내는 데 유리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브라주카와 자불라니 등 역대 월드컵 공인구 5개의 특징을 비교분석했다. 공을 바람이 나오는 곳에 고정시키고 공기의 흐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했더니 브라주카가 공기의 저항을 가장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을 찼을 때 날아가는 속도를 살펴보는 테스트에서도 다른 공보다 빨리 날아갔다. 로봇 다리를 이용해 브라주카를 찼을 때 다른 공보다 상하좌우로 흔들리는 현상도 가장 적었다.

무게 427g의 브라주카는 2m 높이에서 강철판 위에 떨어뜨렸을 때 134cm 정도 튀어 오르게 만들어졌다. 2000번의 킥 이후에도 솔기와 공기 밸브에 이상이 없도록 했다. 공기압과 수분흡수율 등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각종 기준에 대해 해발 0m부터 1600m 사이의 고도에서 테스트를 했고 이를 모두 통과했다.

개최국 브라질의 공용어인 포르투갈어로 ‘브라질 사람’인 브라주카는 2년 반 동안 10여 개 국가 30개 팀, 600여 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온도와 습도는 물론 기압차에서도 변화가 없도록 테스트했다. 브라주카는 기술축구를 구사하는 팀과 무회전으로 강하게 차는 것보다는 회전을 주어 정확하게 차는 키커에게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 텔스타부터 브라주카까지… 월드컵 공인구의 역사 ▼

44년간 12개… 고기능성 공으로 진화


1970년 멕시코 월드컵 ‘텔스타’로 시작된 월드컵 공인구의 역사는 아디다스 역사와 그 궤를 함께한다. 아디다스는 공을 찰 때 통증을 느껴야 할 정도로 무거운 갈색 가죽 축구공을 고기능성 공으로 만들기 위한 연구와 투자를 1963년부터 시작했다.

32개 패널의 축구공은 다른 스포츠 브랜드와 큰 차별화를 주었다. 이런 패널 형태는 기존 공에 비해 완벽한 구에 가까워 당시로는 혁명으로 불렸다. 검정오각형 점박이가 있는 최초의 흰색 축구공 텔스타는 TV 화면에서 더욱 눈에 띄었다. 텔스타라는 명칭은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이 세계 최초로 위성 생방송 되었다 하여 ‘텔레비전의 별’이라는 의미에서 만든 명칭이다. 텔스타는 지금까지도 일반적으로 축구공 디자인의 전형이 되고 있다.

1974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텔스타와 ‘칠레’가 동시에 사용됐다. 공인구가 2개 사용된 유일한 대회다. 텔스타는 4년 전에 황금색으로 새겨진 글자들이 검은색으로 대체됐다. ‘칠레’는 모든 면이 흰색으로 이뤄진 신제품으로 주로 야간 경기 때 사용됐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사용된 ‘탱고’는 탄력과 회전력이 월등히 좋았고 오각형 패널에 삼각형 무늬가 새겨져 호평을 받았다. 축구공 표면 디자인의 다른 혁명이었다. 삼각모양이 새겨진 20개의 패널과 12개의 동일한 원으로 디자인된 탱고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까지 기본 표면 디자인으로 사용됐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때의 ‘탱고 에스파냐’는 최초로 방수 가죽을 사용해 공이 물에 스며들었을 때 무거워지는 것을 최소화했다. 천연가죽과 폴리우레탄이 결합된 최초의 공인구였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고지대 습한 기후와 딱딱한 경기장에서도 탄력을 잃지 않는 축구공 ‘아즈테카 멕시코’가 등장했다. 이때부터 월드컵 개최지 특성에 맞는 기능성 공인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월드컵 공인구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투르스코 유니코)과 1994년 미국월드컵(퀘스트라), 1998 프랑스월드컵(트리콜로)을 거쳐 발전을 거듭했다. 에투르스코 유니코는 인조피혁에 폴리우레탄 폼을 내부층에 넣어 역대 최고의 방수 공이란 평가를 받았다. ‘별들의 향연’이란 의미의 퀘스트라는 선수들이 빠르게 공을 컨트롤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세 가지 색깔’ 트리콜로는 신소재를 활용해 반발력와 탄성, 속도를 높여 박진감 있는 경기를 연출할 수 있게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사용된 ‘피버노바’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함께 가스를 충전시킨 작은 캡슐을 볼 바탕에 넣어 축구공의 반발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2006년 독일 월드컵 공인구 ‘팀가이스트’는 기존 32개의 조각이 아닌 14개의 조각으로 이뤄졌다. 축구공 조각을 줄이는 것은 완전한 구형에 가깝게 만들어 공의 불규칙성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2010 남아공월드컵 ‘자블라니’에선 14개의 조각이 8개로 줄어든 데다 축구공 표면에 미세 특수 돌기를 적용해 볼 컨트롤과 슈팅 정확도를 눈에 띄게 높였지만 공의 흔들림이 커 골키퍼들이 곤역을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라질 월드컵 ‘브라주카’는 6개 폴리우레탄 패널의 테두리를 따라 오렌지, 초록, 파랑 등의 색상이 배치돼 역대 가장 색채감이 풍부한 공인구가 됐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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