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일이다. 눈으로 보면 절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이 며칠 뒤 가능한 일이 돼 버렸다. 개막 며칠 전까지만 해도 2014 브라질 월드컵 준비 상황에 대한 우려스러운 기사들이 쏟아졌다. 실제로 이틀 전 가본 상파울루 아레나는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월드컵이 끝난 뒤 완공될 것이라고 해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개최국으로서의 월드컵 열기도 미지근했다. 브라질은 축구에 죽고 축구에 사는 나라다. 하지만 며칠간 브라질은 월드컵과는 거리가 먼 나라처럼 느껴졌다. 시내를 돌아다녀도 월드컵 관련 광고판은 많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진짜’ 월드컵의 열기는 느끼기 힘들었다. 오히려 시내 곳곳에서는 월드컵 개최 반대 시위가 매일 열렸다.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지만 브라질 국민은 걱정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월드컵은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열릴 것입니다.”
월드컵이 개막한 13일 상파울루는 그야말로 월드컵 열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날은 당초 휴일이 아니었지만 브라질 정부가 임시 공휴일로 선포했다. 아침부터 거리 곳곳은 브라질 축구팀을 상징하는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브라질 국기를 단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쏟아져 나와 교통체증은 그 어느 때보다 심했다. 브라질 국기를 온몸에 두른 알레샨드리 네이트케 씨는 “외국에서는 브라질 월드컵 준비 상황을 걱정했지만 우리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한 달 동안 월드컵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공사 중이었던 코린치앙스 경기장도 이날은 말끔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았다. 아침에 찾은 경기장은 약간은 정리가 덜된 모습이었지만 어느새 관중이 하나둘씩 들어오자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비록 곳곳에 마감이 덜된 곳들이 눈에 띄었지만 개막전을 치르기에 부족한 상황은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하면 된다’란 말이 있다. 이에 비춰 보면 브라질에서는 ‘되면 한다’는 식이라고나 할까. 외국인의 눈에는 ‘되면 한다’란 방식이 불안하게 보였지만 그들은 성공적으로 개막전을 치렀다. 이제 그들의 말대로 한 달간 축제를 즐기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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