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World Cup Brasil]하반신 마비자가 개막식 시축 ‘입는 로봇’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4일 03시 00분


사람 뇌파 감지 전기신호 일으켜 컴퓨터가 로봇 다리 움직이게 해

13일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이 열린 코린치앙스경기장. 축구를 모티브로 한 개막식 3부 행사가 끝날 무렵 경기장의 모든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각종 장치를 주렁주렁 몸에 단 젊은 남성이 오른발을 앞으로 살짝 밀어 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를 툭 건드렸다. 공은 2m가량 굴러갔다. 이 남성은 오른팔을 번쩍 들어올려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시축 성공이었다.

그는 사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으로 혼자 힘으로는 다리를 움직일 수 없다. 그가 축구공을 찰 수 있었던 건 일명 ‘아이언맨 슈트’로 불리는 ‘웨어러블(입는) 로봇’ 덕분이다. 이 로봇은 미겔 니콜레리스 미국 듀크대 교수가 이끄는 비영리 협력 연구 프로젝트인 ‘다시 걷기 프로젝트(Walk Again Project)’를 통해 개발됐다.

당초 계획은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스스로 일어나 두 발로 뚜벅뚜벅 걸어가 공을 차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 사람이 철봉 지지대를 이용해 로봇을 양쪽에서 잡아 줬다. 장애인은 한쪽 발만 살짝 움직여 브라주카를 2m가량 굴러가게 만들었다.

이 로봇의 특이한 점은 사람의 생각을 읽고 동작한다는 점이다. 시축에 나선 장애인은 머리에 뇌파를 감지하는 전극이 달린 헬멧(EEG)을 썼다. ‘공을 걷어차라’는 장애인의 생각은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에서 미세한 전기신호를 일으켰다. 컴퓨터가 이 신호를 해석해 로봇 다리를 움직인 것이다. 생각만으로 로봇을 움직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장재호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원은 “뇌파만 감지해 로봇을 움직인다는 건 웨어러블 로봇 기술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며 “월드컵이라는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가 과학기술을 통해 더욱 큰 의미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하체마비 환자용 로봇으로는 미국이 개발한 ‘이레그스(eLEGS)’나 이스라엘에서 제작된 ‘리워크(ReWalk)’ 등이 있다. 이 로봇들은 뇌파 대신 어깨의 무게중심 변화를 측정해 로봇을 움직이는 방식이어서 복잡한 동작은 할 수 없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브라질 월드컵#개막식#하반신 마비 장애인#웨어러블 로봇#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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