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계권료를 가장 비싸게 지불하는 국가는 어디일까. 바로 미국이다. 스포츠 전문채널 ESPN(1억 달러)과 히스패닉계 유니비전(3억2500만 달러)은 2010년 남아공화국 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총 4억2500만 달러의 중계권료를 FIFA에 지불했다. 그러나 ESPN은 2018년 러시아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중계권을 빼앗겼다. FOX 방송사가 멕시칸 방송 텔레문도와 함께 FIFA에 12억 달러를 내기로 합의했다. FIFA가 한 국가로부터 받는 최고액의 중계권료다.
미국의 방송사는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많은 월드컵 중계권료를 지불하고 있지만 미국에서의 축구 열기는 신통치가 않다. 월드컵이 벌어져도 축구 열성팬이 아닌 이상 반응은 Who care?(누가 신경 써?)다. 15일 일본-코트디부아르전은 월드컵사상 두 번째로 프라임타임 시간대에 벌어졌다. 미 동부시간 9시에 시작됐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처음이었다. 시청율이 궁금하다.
이날 애리조나와의 경기가 벌어진 다저스타디움에는 5만1422명이 입장했다. 바블헤드를 선물로 줬다. D조의 잉글랜드-이탈리아 월드컵이 한창 벌어지고 있을 때도 야구장은 만원이었다. 본선에 참가한 32개국 가운데 미국만큼 축구 열기가 시큰둥한 나라도 없다. 평소에도 축구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ESPN(자매방송 ABC도 주말에 중계한다)이 1억 달러를 지불하고 중계권을 갖고 있으나 톱뉴스는 축구가 아니다. 개막전 때 스포츠 톱뉴스는 LA 킹스-뉴욕 레인저스의 스탠리컵 결승전, 샌안토니오 스퍼스-마이애미 히트의 NBA 파이널이다. 이번 주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 골프대회 US오픈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팬들이 월드컵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애국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자국 내에서 벌어지는 스포츠의 콘텐츠가 워낙 우수하다. 지구촌이 열광하는 월드컵을 대체할 수 있는 종목이 수두룩하다. 한국을 비롯해 웬만한 국가는 월드컵보다 우수한 스포츠 콘텐츠를 확보하기 어렵다. 아울러 미국 팬들은 무승부를 체질적으로 싫어한다. 미국 축구의 저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다. 인프라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축구에 죽기살기로 매달리지 않는다. 재미로 즐긴다. 미국 팬들은 축구를 여자가 하는 것 쯤으로 아는 사람이 꽤 많다. 미국 여자 축구는 세계 최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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