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조성환(38)은 16일 오후 부산의 한 커피숍에서 아내 박안나(38) 씨와 마주 앉아 있었다. 남편이 스포츠동아와 전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아내는 계속 눈물을 훔쳤다고 했다. 조성환은 “아내도 공식 은퇴 발표가 난 뒤에야 비로소 실감이 난 것 같다. 아쉬움보다는 축복해주는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 때문에 아까부터 울고 있다”며 안쓰러워했다.
조성환과 초등학교 동창인 박 씨는 2001년 결혼 이후 남편의 굴곡 많은 선수생활을 묵묵히 뒷바라지했다. 남편은 늘 “아내 덕분에 내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말해왔다. 2008년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에는 이렇게 외치기도 했다. “고생만 죽도록 해서 항상 미안했던 안나 씨, 사랑합니다!”
그런 아내였기에 남편도 은퇴를 함께 고민하기가 더 어려웠던 모양이다.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박 씨는 “남편이 결정을 이미 끝낸 뒤 은퇴를 얘기해서 처음엔 황망했다”고 털어놓았다. “어느 날 문자메시지가 왔어요. ‘안나야, 이젠 정말 그만 해야겠다’고. 그래서 ‘경기 끝나고 다시 얘기하자’고 답장했는데, 알고 보니 구단과 상의까지 끝냈더라고요. 제가 만류하리란 걸 알았을 테니까요.” 그러나 아내도 누구보다 남편을 잘 안다. “한번 마음먹으면 결심을 잘 바꾸지 않는 사람이에요. 그냥 순순히 ‘수고했다’ 했지요.”
처음에는 그저 의연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막상 16일이 오자 새로운 감정이 밀어닥쳤다. 박 씨는 “기사들을 죽 읽다 보니, 예전 기억들이 스쳐갔다. 무엇보다 팬들이 새 출발을 응원해주는 댓글을 많이 달아 주신 걸 보면서 고마움에 많이 울었다”며 “이렇게 행복하게 떠나는 선수가 많지 않을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정말 크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 이 순간은 대낮에 함께 있는 남편이 낯설다. ‘이 사람이 왜 지금 내 옆에 있나, 여기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닌데’ 싶어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다. 이제는 정말 다른 생활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박 씨는 그래서 “이제 그만 울어야겠다”고 했다. 그러나 다시 휴대전화를 돌려받은 남편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사람 또 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