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전 후반 20분 그림같은 왼발 슛 전반전 내내 팬 야유 받다가 결정적 한방 8년만에 월드컵 징크스 깨고 두번째 골
역시 리오넬 메시(27·아르헨티나)였다. 결정적 한방으로 야유를 잠재웠다.
16일 오전 7시(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의 에스타디오 두 마라카낭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아르헨티나-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 6만6000장의 입장권이 일치감치 매진된 이날 게임을 앞두고 경기장 주변 곳곳에는 ‘표가 필요하다. 값은 부르는 대로 주겠다’는 내용의 문구가 등장했다. 암표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이렇게라도 직접 보고 싶어 한 팬들이 많을 정도로 큰 관심을 끈 경기였다.
스탠드를 둘러보니 아르헨티나 팬들에 비해 보스니아 팬들은 턱없이 적었지만, 관중석에선 아르헨티나보다 보스니아를 응원하는 함성이 더 많이 들렸다. 아르헨티나와의 역사 깊은 라이벌 관계로 인해 브라질 팬들은 보스니아를 열성적으로 응원했다. 아르헨티나선수들이 볼을 잡을 때면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응원 여부를 떠나 스탠드에 운집한 6만6000여 팬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메시였다. FC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메시는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상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내리 수상했다. FIFA 발롱도르를 4년 연속 수상한 선수는 메시가 유일하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월드컵에선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첫 출전 대회였던 2006독일월드컵에선 조별리그 1골에 그쳤고, 2010남아공월드컵 때는 아예 골 맛을 보지 못했다.
전반까지 메시가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자 스탠드에선 유독 메시가 볼을 잡을 때 더 큰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나 메시는 역시 메시였다. 메시는 1-0으로 앞선 후반 20분 상대 수비수를 농락하며 그림 같은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8년 만에 월드컵에서 자신의 2번째 골을 터트리며 아르헨티나 팬들을 열광시켰다. 메시의 골 이후 스탠드에선 자연스럽게 야유가 사라졌다. 결국 2-1 승리를 이끈 메시는 ‘Man Of the Match’로 선정됐다.
경기 후 에스타디오 두 마라카낭 주변은 축제를 즐기려는 아르헨티나 팬들로 가득했다. 경기 내내 브라질, 타국 팬들과 신경전을 벌이며 마음고생을 했을 아르헨티나 팬들에게는 더욱 짜릿한 승리였으리라. 보스니아를 응원했다는 브라질 현지인 카를로스(40)는 “오늘 무조건 보스니아가 아르헨티나를 잡길 응원했다. 아르헨티나가 생각보다 부진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메시는 메시다. 그는 단 5초만 있으면 경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 메시는 세계적 선수”라고 찬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