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는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뒤를 잇고 있는 한국축구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이다. 중앙 수비수로는 처음 유럽무대, 그것도 요즘 ‘대세’라는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해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출전 기회를 늘려가며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에 동참하지 못한 기억이다. 불의의 부상으로 올림픽 최종엔트리에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2년 뒤 다시 찾아온 천금의 기회. 올림픽에서 월드컵으로 무대가 바뀌었다.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23명)에 선발돼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국내훈련을 잘 소화하다가 출국 직전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지난달 28일 튀니지와의 평가전 도중 왼 발목 부위에 타박을 입었다. 다행히 월드컵 때까지 회복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 때부터 눈물겨운 노력이 이어졌다. 홍정호는 동료들과 함께 한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에서 열심히 재활에 매달렸다. 매일 훈련 전후로 아이싱을 했고, 부상 부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걸음걸이까지도 교정했다. 얼마간 회복되자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가 시간을 늘려가며 구간별 러닝을 진행시켜 몸을 만들어나갔다. 그 결과 월드컵 출전에 청신호를 켰다. 대표팀이 월드컵 베이스캠프를 차린 포스 도 이구아수에 입성한 12일(한국시간) 홍명보 감독의 공식 기자회견은 사실상 ‘홍정호 출격 선언’이기도 했다. “의학적으로도 괜찮다. 통증은 조금 남았지만 얼마간 땀을 흘리면 아픔을 느끼지 않는다.”
홍 감독은 제자를 믿었다. 사실 자신의 경험도 있었다. 2002한일월드컵 직전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홍 감독은 발등을 다쳤다. 상태는 의외로 심각했다. 일주일을 쉬었고, 앞선 사흘 동안에는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일어섰다. 책임감과 사명으로 돌아왔고, 4강 신화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그로부터 12년이 흘렀다. 홍 감독은 고통스러웠지만, 그래서 더 의미 있었던 경험을 비슷한 상황에 놓인 제자에게 말해줬다. 홍정호는 큰 용기를 얻었다. 그는 “뛰는 데 지장 없다. 못할 것도 없다. 나도 (홍명보) 감독님처럼 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진통제라도 맞고 뛰고 싶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