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는 1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원정경기에서 만루홈런을 터트리는 위용을 뽐냈다. 팀이 4-2로 앞선 5회 1사 만루서 타석에 들어선 강정호는 볼카운트 0B-1S에서 KIA 박준표의 2구째 바깥쪽으로 들어온 커브(117km)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비거리가 130m에 달할 정도로 커다란 아치. 올 시즌 21번째이자 개인 통산 4호 만루홈런이었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8-2까지 벌어졌고, 넥센은 이 홈런으로 사실상의 승기를 잡았다.
강정호는 특히 데뷔 후 자신이 친 만루홈런 네 개 가운데 세 개를 올 시즌에 터트려 더 눈길을 끈다. 시즌 1호는 5월 11일 목동 LG전. 2-0으로 앞선 2회 2사 만루에서 LG 선발 리오단을 공략해 6-0으로 달아나는 쐐기 만루포를 만들어 냈다. 그 다음은 더 극적이었다. 5월 28일 목동 SK전, 그리고 3-5로 뒤져 있던 8회 2사 만루가 무대였다. 강정호는 SK 불펜 박정배가 바로 앞 타자인 박병호를 고의4구로 거른 뒤 타석에 섰다. 이어 단숨에 승부를 뒤집는 역전 결승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그 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만루홈런을 때려낸 것이다. 이 정도면 ‘만루의 사나이’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정호는 시즌 19번째 홈런을 때려내면서 2012년 25홈런, 2013년 22홈런에 이은 3년 연속 20홈런 기록에 단 하나만을 남겨뒀다. 산술적으로는 데뷔 최초의 30홈런을 넘어 41홈런까지 때려낼 수 있는 기세다. 팀 선배 박병호(27개)가 홈런 레이스에서 워낙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지만, 뒤처지지 않고 홈런 부문 2위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