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브라질, 실수로 배정 안해
FIFA 직원이 임의로 정해줬는데 펠레 대활약 뒤 스타의 상징으로
득점은 호나우두 등 9번이 더 많아
10번은 아무나 선택할 수 없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때 아르헨티나 대표 선수들은 이름의 ABC 순서로 등번호를 받았다.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주전 골키퍼에게 7번을 배정할 정도로 이 원칙을 고수했다. 단 한 명 디에고 마라도나만 예외였다. 원래 그는 12번을 받아야 했지만 10번을 달고 이 대회에 참여했다.
10은 축구에서 가장 완벽한 숫자다. 에우제비우(포르투갈), 미셸 플라티니(프랑스) 같은 전설이 10번을 선택한 이유고, 이번 브라질 월드컵 때 네이마르(브라질),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웨인 루니(잉글랜드) 같은 당대 스타들이 10번을 단 이유다.
그러나 펠레(브라질)는 10번을 고집하지 않았다. 10번은 그저 주어진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 직원이 자기 마음대로 브라질 선수들 번호를 정했는데 10번이 펠레에게 돌아갔던 것. 이 대회 개막 전까지 무릎 부상에 시달려 전력 외 평가를 받던 펠레였다.
사연은 이렇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등번호가 처음 등장했지만 이때는 이름 순서에 따라 자동으로 등번호를 받는 방식이었다. FIFA는 그 뒤 1958년 대회를 앞두고 각국 협회에서 선수들 등번호를 정해 알려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꿨다. 그런데 브라질축구협회에서 이 절차를 잊고 말았다. 그리하여 등번호 배정을 맡은 우루과이 출신 FIFA 직원이 별생각 없이 펠레에게 10번을 줬던 것이다.
펠레 이후 10번은 각 팀 최고 선수만 달 수 있는 번호가 됐지만 월드컵 골은 9번이 더 많이 넣었다. 월드컵 역대 득점 1위(15골) 호나우두(브라질)를 비롯해 정통 골잡이들이 9번을 더 선호하는 까닭이다. 9번이 득점에서만 최고라면 10번은 축구에서 최고인 선수가 선택하는 번호인 셈이다. 축구에서 보통 수비수들이 낮은 번호를 달고 공격수들이 높은 번호를 선택하는 건 1928년 영국에서 처음 등번호가 등장했을 때 골대에서 멀어지는 순서로 등번호를 달았던 전통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혼다 게이스케(일본)의 4번은 특이한 선택이다. 대표팀에서 18번을 달았던 혼다는 월드컵 개막 전 “(동양에서 꺼리는 숫자인) 4번을 달고 골을 넣고 싶다”고 말했고 15일 조별리그서 코트디부아르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으며 꿈을 이뤘다. 일본축구협회는 공식 스폰서인 아디다스 후원을 받는 선수에게만 10번을 허락하기 때문에 미즈노 후원을 받는 혼다는 어차피 10번은 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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