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18일(한국시간)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날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다. 90분 혈전 후 국제축구연맹(FIFA)이 내놓은 경기분석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러시아보다 많은 찬스를 잡았고, 실제경기시간(Actual playing time)에서도 29분으로 러시아(26분)보다 앞섰다. 볼 점유율 역시 52%를 기록해 러시아(48%)보다 나았다. 키워드를 통해 러시아전을 되돌아본다.
● 첫 경험&무승
홍명보(45) 감독은 이미 5차례의 월드컵을 경험했다. 1990이탈리아월드컵부터 2002한일월드컵까지 4차례 대회에선 선수로 뛰었고, 딕 아드보카트(네덜란드) 감독 체제로 나선 2006독일월드컵 때는 코치였다. 이번 대회는 ‘사령탑 홍명보’의 월드컵 데뷔무대였다. 아쉬움과 희망이 교차했다. 2009년 이집트 U-20(20세 이하) 월드컵을 시작으로 지도자 경력을 쌓기 시작한 홍 감독은 끝내 ‘메이저무대 첫 경기 무승 징크스’만큼은 깨지 못했다. 홍 감독은 U-20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카메룬에 0-2로 패했었다. 이듬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북한과의 1차전에서 0-1로 졌다. 2012런던올림픽에선 멕시코를 첫 경기에서 만나 득점 없이 비겼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대부분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줬다. 동메달에 그친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제외하면 꾸준히 성과를 냈다. 특히 한국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의 위업을 일군 2년 전 런던올림픽은 감동이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 데뷔&약속
오래 전부터 세계축구계가 주목한 한국축구 최고의 기대주 손흥민(22·레버쿠젠)에게 러시아전은 월드컵 데뷔전이었다. 공격과 수비를 두루 오가는 적극적 플레이로 그라운드를 휘저은 ‘홍명보호’의 왼쪽 날개 손흥민은 전반 2차례 결정적 찬스를 잡았지만 모두 크로스바를 넘겼다. 그래도 FIFA는 손흥민의 기량을 인정했다. 골 맛을 보지 못했어도 후반 39분 김보경(카디프시티)으로 교체될 때까지 84분간 손흥민이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FIFA가 선정한 MOM(Man of the match·맨 오브 더 매치)은 양 팀 통틀어 손흥민이었다. 그는 “긴장과 설렘이 공존한 가슴 벅찬 월드컵이었지만, 내가 득점하지 못해 비겼다. 남은 조별예선 2경기에서 죽기 살기로 뛰겠다”고 약속했다.
● 중원의 제왕
중원의 ‘진공청소기’가 탄생했다. 한국영(24·가시와 레이솔)이다. 풀타임을 소화하며 러시아를 괴롭혔다.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한 러시아도 중원에서 기성용(선덜랜드)과 호흡을 맞춘 한국영의 적극적이고 끈끈한 플레이에 맥을 추지 못했다. 특히 전반 막판 2차례 상대의 강한 압박에서 볼을 잡아낸 뒤 주변 동료에게 실수 없이 연결한 장면은 압권. “기성용이 편하게 공격에 가담하도록 하는 것이 내 임무”라던 한국영은 충실히 이를 이행했다. 그의 적극적 전방 압박에 러시아는 한동안 소극적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