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배구가 사상 첫 체코를 눌렀다. 마침내 9전10기를 이뤄냈다. 첫 대결이었던 1964년 도쿄올림픽 0-3 패배 이후 50년 만의 승리다. 한국은 22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FIVB(국제배구연맹) 2014 월드리그 대륙간라운드 E조 체코와의 4차전에서 서재덕(18득점)과 전광인(12득점)의 불꽃강타를 앞세워 체코를 세트스코어 3-0(25-16, 25-23, 27-25)으로 완파했다. 2014 월드리그 5연패의 사슬도 끊었다. 월드리그 E조에서 2승6패(승점 9)를 마크했다.
1세트. 서재덕 전광인(이상 한국전력) 두 공격수의 몸놀림에서 한국은 승리를 예감했다. 전날 3차전에서 최고득점 기록을 세운 서재덕이 라이트에서 상대 블로커를 이용하는 파워 공격으로 6득점했다. 전광인은 후위에서 ‘파이프 공격(블로커를 사이드로 분산시킨 뒤 빠른 스피드로 중앙을 벼락같이 치고 들어오는 공격)’으로 전위에서는 타점 높은 빠른 강타로 5득점했다. 두 윙 공격수의 활약에 체코는 속수무책이었다. 최민호(현대캐피탈)가 중앙속공과 블로킹으로 5점을 보태며 25-16으로 손쉽게 이겼다.
2세트는 팽팽했다. 체코가 초반 3연속 블로킹으로 기세를 탔다. 14-14에서 송명근(러시앤캐시)과 서재덕이 각각 2득점하며 한국이 다시 주도권을 쥐었다. 21-17에서 연속 3실점하며 주춤거렸으나 송명근의 빠른 스파이크로 한 숨을 돌렸다. 이어 한선수(국방부)와 최민호로 이어지는 중앙속공으로 세트포인트까지 달아난 뒤 24-23에서 전광인이 결정타를 날려 세트스코어 2-0으로 만들었다. 박상하(국군체육부대)와 최민호는 2세트에서 각각 2개의 블로킹을 성공시켰다.
3세트는 극적이었다. 23-23까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박상하의 블로킹으로 세트포인트에 올랐으나 체코도 카밀 바라넥의 스파이크로 듀스를 만들었다. 한선수의 패스페인트로 달아나자 체코는 바라넥의 강타로 듀스를 만들었다. 여기서 박상하가 서브에이스로 3번째 매치포인트를 만든 뒤 블로킹으로 대접전을 끝냈다. 이번 시리즈에서 타점 높은 무회전 서브로 체코의 리시브라인을 흔든 박상하는 3세트서 블로킹을 3개 성공시키며 3-0 완승의 방점을 찍었다.
박기원 감독은 2명의 리베로 부용찬(LIG손해보험)과 정민수(우리카드)의 역할분담을 통해 수비를 안정시킨 뒤 성공률 높은 공격으로 체코를 흔들었다. 서브리시브를 전담한 정민수가 리시브를 잘 올려주면서 한국의 공격옵션이 훨씬 다양해졌고 부용찬이 슈퍼디그로 상대 공격을 막아낸 것이 50년 만에 이길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었다. 박 감독은 “초반 분위기를 잘 잡았고 팀의 공수가 안정되면서 잔 미스가 줄어든 것이 경기를 쉽게 풀어간 요인이다. 아직 팀 완성도는 떨어진다. 인천아시안게임을 대비한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홈에서 2014월드리그 첫 승리를 따낸 한국은 28∼29일 대전에서 네덜란드와 3,4차전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