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 수비의 꽃은 온 몸을 날려 결정적 안타를 막는 다이빙캐치다. 그리고 홈까지 레이저처럼 공이 날아와 주자를 잡는 저격, 보살(어시스트)이다.
보살은 강한 어깨를 갖고 있는 외야수가 선보이는 짜릿함이다. 그러나 다이빙캐치는 역으로 수비를 잘 못하는 선수가 자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21일 한화 중견수 펠릭스 피에(29)는 대전 LG전에서 1-1로 팽팽하게 맞선 8회초 수비에서 선두타자 채은성(24)의 좌중간 플라이 타구에 몸을 던졌다. 그냥 잡았으면 평범한 안타, 그러나 아웃을 노리며 다이빙캐치를 시도하다 공을 뒤로 빠트렸다. 결과는 시즌 1호(통산 76호) 장내홈런(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 됐다. 2009년 신고선수로 LG에 입단한 채은성은 데뷔 첫 홈런을 장내홈런으로 장식하게 됐다.
하루가 지난 22일. 한화 김응룡 감독은 대전 LG전을 앞두고 피에의 타격훈련을 지켜보다 “왜 그렇게 느려. 답답하게”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김 감독은 “겉으로 보기에는 피에가 수비를 참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이빙도 많이 하고 화려해 보이는데, 사실 그게 다 타구 판단이 늦어서 그렇다. 다른 외야수보다 3~4걸음 늦다”며 “어제도 그냥 편안하게 처리했으면 안타다. 주자도 없었다. 코치들이나 나나 아주 볼 때마다 화병난다”고 말했다.
피에는 지난해 트리플A에서 38개의 도루를 성공시킬 정도로 발이 빠르다. 어깨도 강한 편이며 중견수로 수비 범위도 넓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에서 종종 느린 타구 판단으로 무리한 수비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1일 경기 7회초에도 최경철의 타구를 뒤로 빠트릴 뻔하기도 했다. 의욕이 너무 앞서거나 집중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한화에는 국가대표 중견수 이용규가 있다. 어깨 수술로 주로 지명타자로 출장하고 있다. 객관적인 송구능력은 피에가 이용규보다 뛰어나다. 그러나 이용규의 수비는 관중들까지도 매우 편안함을 느낄 정도로 안정적이다. 타구 파열음에 따라 비거리를 예측하고 뛰는 ‘외야 수비는 눈보다 귀가 먼저’라는 정석에 충실한 수비다. 피에가 배워야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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