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범슨의 퍼거슨 따라잡기] 한국 수비 ‘경험 부족’ 드러났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24일 06시 40분


알제리의 라피크 할리체(오른쪽 2번째)가 23일(한국시간)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오에서 벌어진 H조 2차전 전반 28분 한국 수비의 허점을 파고들어 헤딩골을 터뜨리고 있다. 골키퍼 정성룡(오른쪽 끝)이 몸을 날려봤지만 이미 늦었다. 포르투 알레그리(브라질)|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알제리의 라피크 할리체(오른쪽 2번째)가 23일(한국시간)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오에서 벌어진 H조 2차전 전반 28분 한국 수비의 허점을 파고들어 헤딩골을 터뜨리고 있다. 골키퍼 정성룡(오른쪽 끝)이 몸을 날려봤지만 이미 늦었다. 포르투 알레그리(브라질)|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알제리, 선수기용·전술 변화 통해 총공세
홍명보 감독, 경기 초반 능동적 대처 미흡
수비진마저 당황하며 전반 3골 헌납 패착

한국수비가 발가벗겨졌다. 한국은 23일(한국시간) 포르투 알레그리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오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 전반에만 3골을 내주는 등 고전 끝에 2-4로 패했다. 16강 진출을 위해 이겨야 했지만, 킥오프 직후부터 개인기가 뛰어난 알제리 공격수를 놓친 끝에 연속 실점했다. 수비의 경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후반 5분 첫 골을 넣으며 추격했지만, 좋은 흐름에서 추가 실점한 것이 뼈아팠다.

● 수비수들의 경험 부족과 미숙한 대처

알제리가 한국을 상대로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예상은 지배적이었다. 대표팀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준비했을 것이다. 알제리는 경기 시작 직후부터 파상공세를 펼쳤다. 알제리는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는데, 공격 시에는 4-2-4에 가까웠다. 골을 위해 공격 쪽에 가용인원을 늘렸다. 압델무멘 자부(클럽 아프리칸)-이슬람 슬리마니(스포르팅 리스본)-소피앙 페굴리(발렌시아)-야신 브라히미(그라나다) 등 4명의 공격수가 수시로 위치를 이동하며 공격했다. 알제리가 거세게 밀어붙이자, 우리 수비수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클리어링 실수가 반복됐다. 특히 왼쪽 측면을 고집스럽게 파고든 알제리 공격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우리 수비라인은 경험이 적다. 유럽에서 뛰는 윤석영(QPR)과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가 있지만, 소속팀에선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경험 부족으로 첫 실점 이후에도 제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 월드컵 준비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반복됐다.

● 한 박자 늦은 벤치의 처방전

전반 초반부터 알제리의 일방적 페이스로 경기가 진행됐다. 수비와 공격 모두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럴 때 벤치에서 결정을 내려 변화를 줬어야 한다. 선수 교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알제리는 벨기에전에 나오지 않았던 선수들을 대거 투입했고, 전술적으로도 많이 준비했다. 이러한 상대의 변화에 우리가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전반전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경기 시작 후 상대의 변화에 대해 전술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홍명보 감독이 처방전을 내려 선수들에게 전달했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선택의 문제이긴 하지만 김신욱(울산),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이근호(상주) 등 교체 카드도 좀더 일찍 투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후반 30분 이후 단조로워진 공격루트

한국은 후반 초반부터 긴 패스로 상대 수비라인을 공략해 골을 만들어내며 경기의 주도권을 서서히 빼앗았다. 후반 12분 장신 공격수 김신욱(196cm)을 투입해 제공권도 장악했다. 후반 27분에는 김신욱의 높이를 활용한 구자철의 골이 터졌다. 그러나 이후 너무 긴 패스에 의존한 단조로운 공격은 아쉬운 대목이다. 알제리 수비수들이 김신욱의 높이에 힘들어했다. 간혹 2명이 김신욱을 따라다녔다. 이 때문에 가운데로 수비가 집중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럴 때 좀더 측면을 활용하면서 공격을 펼쳤다면 더 많은 득점 찬스를 맞았을 수 있다. 그러나 김신욱을 향한 긴 패스를 고집해 공격이 단조로워졌고, 더 이상 골을 뽑아내지 못하고 경기를 마쳤다.


김학범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정리|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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