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브라질 월드컵 H조 두 번째 경기 알제리전이 열린 23일 서울 광화문광장은 시민들의 함성과 탄식으로 가득찼다. 오전 4시부터 경기가 시작했음에도 광화문광장에는 닷새 전 열린 러시아전(1만5000여 명)보다 많은 3만9000여 명(경찰 추산)의 인파가 모여들어 대표팀을 응원했다. 그러나 경기 결과에 실망한 일부 시민이 쓰레기와 음식물을 그대로 버려둔 채 떠나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20, 30대 젊은층이 주로 눈에 띈 가운데 이들은 맥주를 마시거나 치킨 등 간식을 먹으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미국에 거주하는 백현정 씨(37·여)는 경기 전 “11세 아들과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국의 거리응원을 함께하기 위해 나왔다. 러시아전을 잘해서 이길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전반전 대표팀이 내리 세 골을 내주자 곳곳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시민들은 “괜히 밤새웠다” “졌다, 짜증난다”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상당수의 시민은 전반전이 끝나자 실망감에 자리를 떠 곳곳에 빈자리가 보였다.
후반전에 손흥민 선수가 한 골을 만회하자 자리를 떠나려던 시민들은 두 손을 꼭 모은 채 역전을 희망했다. 그러나 결국 대표팀의 2-4패배로 끝나자 시민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전반전이 끝나고 자리를 뜨거나 경기 결과에 실망한 이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음식물이 광장 곳곳에 뒹굴었다. 하지만 일부 시민은 비를 맞으면서도 자진해서 쓰레기를 치우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대학생 장현우 씨(27)는 “지든 이기든 사람들이 질서 있는 모습 보여주고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거리응원에는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영동대로(2만2000여 명),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4500여 명) 등지에 10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경기 결과에 실망했지만 마지막 경기는 승리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광화문광장에서 응원을 한 이나경 씨(24·여)는 “져서 아쉽지만 다음 경기에도 희망을 걸고 응원하러 나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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