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독주 채비를 갖추고 있다. 23일까지 41승18패2무로 무려 0.695의 승률이다.
14일 대구 두산전부터 22일 마산 NC전까지 파죽의 7연승을 내달렸다. 유일한 대항마처럼 보였던 2위 NC도 지난 주말 삼성 앞에 2연패를 당했다. 1위와 2위는 이제 5게임차가 됐다. 단일리그제도가 도입된 1989년 이후 7할 승률을 달성한 팀은 없었다.
삼성의 현재까지 페이스는 ‘역대급’이다. ●삼성 전력, 예년만 못하다?
‘삼성 전력은 압도적인가?’
사실 이 물음에 누구도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1위를 질주하고 있지만 불안 요소들이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드마크였던 불펜이 예년만 못하다. 불펜 방어율은 3.76으로 여전히 1위지만, 경기 후반 상대를 질식시키던 과거의 모습은 아니다.
지난해 팀 블론세이브가 총 7개였는데, 올해는 벌써 9개다. ‘절대 마무리’ 오승환(한신)이 빠진 자리에 임창용이 들어와 시즌 초반 공백을 메웠지만, 나이(38)가 있는 데다 2차례 팔꿈치인대접합 수술을 한 후유증인지 최근 다소 불안한 장면을 보이고 있다. 현재 블론세이브 5개로 1위다. 안지만도 올해는 압도적인 셋업맨의 모습은 아니다. 최근엔 어깨통증으로 2군에 내려가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과 상대하는 팀은 7회까지 뒤지면 사실상 좌절했지만, 올해는 “붙어보자”며 달려들고 있다.
타선에서도 1번타자 배영섭이 군복무로 빠져나가고, 지난해 장외 타격왕 채태인은 여기저기 잔부상을 달고 다니면서 타격 페이스가 떨어졌다. 삼성에는 상대팀이 공포감을 느낄 만한 리그를 압도하는 타자들도 없다. 팀 내 타율 1위 최형우(0.345)가 전체 10위 안에도 못 든다.
●그러나 붙어보면 강하다
이 때문인지 상대팀들은 올해 삼성과 만나면 ‘예년과 다르다’며 호기롭게 도전장을 던진다. 그러나 붙어보면 판판이 깨진다. 그 결과가 현재 삼성의 승률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이 강한 것일까. 상대팀이 약한 것일까.
두 가지 모두 혼재돼 있다고 봐야한다. 현재 삼성 전력은 압도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좀처럼 약점을 찾기는 어렵다. 부상이나 부진한 선수가 나타나면 곧바로 다른 선수가 메운다. 한마디로 쉽게 지지 않는 전력이다. 이에 반해 다른 팀들의 전력은 약화됐다. 대부분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약점이 두드러지는 시점에 추락을 거듭한다.
삼성이 치고 나간다기보다는 다른 팀들이 쓰러지면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삼성의 독주 현상에 대해 전력이 압도적이라기보다는 선수들이 이기는 법을 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승엽 나바로 박석민 최형우 등이 돌아가면서 결정적인 홈런을 때려주고 있다. 블론세이브가 나와도 패로 연결되는 게 적지 않느냐. 우리 선수들이 2000년대 들어 포스트시즌만 몇 번 했나. 큰 경기 경험은 무시 못 한다. 이길 줄 아는 선수들이 많다는 게 큰 힘이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삼성의 독주로 프로야구가 재미없어지고 있다’는 주변의 농담에 류 감독은 “그런 소리 하지마라”며 웃더니 “아직 시즌은 절반이나 남았다. 우리도 언제 고비가 올지 모른다. 우린 우리 길만 갈 뿐이다”고 손사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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