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룰 판정으로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첫 우승을 날린 이상희(22·호반건설)가 억울함을 씻어내고 “더 높이 뛰어오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상희는 22일 일본 이바라키현 시시도힐스 골프장에서 끝난 JGTO 투어 메이저대회인 JGT 챔피언십(총상금 1억5000만엔)에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경기를 끝냈다. 다케야 요시타카(일본)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스코어카드 접수를 앞두고 경기위원회가 이상희에게 일방적으로 벌타를 선언했다. “11번홀에서 손으로 퍼트선을 접촉했다”며 2벌타를 부과한 것이다.
상황은 애매했다. 경기위원회는 “이상희가 11번홀에서 오른손으로 그린 위의 모래를 치우면서 그린을 눌러 규칙을 어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상희의 설명은 전혀 다르다. 그는 “볼과 홀 사이에 모래가 있었고, 손으로 모래를 살짝 치웠을 뿐 그린을 누르지 않았다. ‘그 정도 규칙은 알고 있다’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골프규칙 16조 1a 퍼트선 접촉에선 ‘플레이어가 루스 임페디먼트(코스 내의 자연 장애물)를 제거할 때, 플레이어는 아무 것도 눌러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손이나 수건, 모자 등을 사용해 모래 등의 이물질만 살짝 걷어내는 행동은 가능하다.
이 같은 상황은 경기 중 얼마든지 발생한다. 그럴 때 대부분의 선수들은 손바닥이나 손가락을 사용해 이물질을 퍼트선 바깥쪽으로 치운다. 이상희는 “그런 상황에서는 손으로 모래를 쓸어 내기 마련이지 눌러서 지면에 박히게 만들지 않는다. 경기위원회의 판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억울해했다.
이처럼 JGTO의 판정은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우승자가 결정되는 중요한 순간에 선수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판정을 내린 것은 한국선수에 대한 경계심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최근 일본투어에선 한국선수들의 맹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2010년과 2011년 김경태(28)와 배상문(28)이 상금왕을 차지했고, 올해도 장동규(23)가 상금랭킹 1위에 올라 있어 또 다시 상금왕을 빼앗길 위기를 맞고 있다.
이상희는 “억울하지만 이 일로 나의 골프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억울한 건 억울한 일이지만 내일 경기를 준비하겠다”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이상희는 주니어시절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냈고, 2011년 프로에 데뷔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연소 우승(2011년 NH농협오픈·19세 6개월 10일), 2012년 KPGA 대상을 수상한 기대주다. 2013년 JGTO 큐스쿨에선 1위로 통과했다.
한편 22일 밤 귀국한 이상희는 26일부터 전북 군산에서 열리는 KPGA 코리안투어 군산CC오픈(총상금 3억원)에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