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선 악몽 같은 경기였다. ‘사무라이 블루’의 몰락이었다. 일본이 25일 브라질 쿠이아바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C조 마지막 경기에서 콜롬비아에 1-4로 대패하며 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일본은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차케로니 감독의 지휘 아래 스페인식 짧은 패스축구인 ‘티키타카’와 비슷한 전술로 2011 아시안컵 정상에 오른 뒤 아시아 최강임을 자처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치른 평가전에서 강호 벨기에와 코스타리카를 격파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차케로니 감독은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고 일본의 간판스타 혼다 게이스케는 “우승까지도 가능하다”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일본은 정작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작아졌다. 코트디부아르와의 1차전에서 슈퍼스타 디디에 드로그바의 존재감에 눌려 1-2로 패했던 일본은 2차전에서 한 명이 퇴장당한 그리스와 0-0으로 비긴 뒤 콜롬비아에 4골을 내주며 완패했다.
일본의 패인에 대해 AP통신은 ‘킬러 본능’의 부재를 꼽았다. 패스만 할 뿐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려줄 선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일본은 전반 17분 만에 수비수 반칙으로 기예르모 콰드라도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줬다. 일본은 전반 추가시간에 혼다의 크로스를 받은 오카자키 신지의 헤딩골로 1-1 동점을 만들었으나 후반 들어 급격히 무너졌다. 교체 멤버로 투입된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쇼’가 시작된 것이다. 로드리게스는 후반 10분, 후반 37분 작손 마르티네스에게 2개의 어시스트를 한 뒤 종료 직전에는 일본의 밀집 수비를 춤추듯 제치며 4번째 쐐기 골까지 넣었다. 로드리게스는 이번 대회에서 3골을 넣으며 콜롬비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산케이스포츠 등 일본 언론은 월드컵 이후 차케로니 감독의 사퇴를 점치고 있다. 스포츠호치 등 일부에서는 일본과 아시아 국가들의 초라한 성적표로 인해 현재 4.5장인 월드컵 본선 아시아 쿼터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아시아의 광대한 축구 시장 등을 감안할 때 실제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아시아 쿼터를 줄일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아시아 쿼터 축소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것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팀들의 경기력이 그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