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거 野]193cm 밴헤켄, 맨 위 올라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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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왼손 투수 밴헤켄(35·사진)이 6월 29일 두산을 상대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올 시즌 가장 먼저 10승(4패) 고지를 밟았다. 2012년 넥센 입단 이후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지만 올해 페이스는 예사롭지 않다. 2012년에는 9월 18일, 2013년에는 9월 14일에 달성했던 10승을 올해는 두 달 보름 가까이 앞당겼다. 10승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최근 7연승을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출신의 밴헤켄은 2002년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에서 빅리그에 데뷔했지만 5경기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한 게 전부다. 마이너리그에서는 꽤 잘 던졌다. 통산 316경기에 등판해 107승 75패, 평균자책점 3.89를 기록했다. 2012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그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였다. 당시 사령탑이던 김시진 롯데 감독은 “시범경기 때만 해도 이 선수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골치가 아팠다”고 했다. 밴헤켄은 시범경기 3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에 평균자책점 4.84로 부진했고 직구 최고 구속은 130km대 중반에 그쳤다. 김 감독이 그런 밴헤켄을 일단 믿어 보기로 한 것은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100승을 넘겼다는 것이었다.

▷구속은 평범해도 제구력이 뒷받침된 밴헤켄의 공은 때리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큰 키(193cm) 덕분에 릴리스 포인트가 높고 최대한 공을 숨겨서 던지기 때문에 타자들이 공을 보기 힘들다. 한국 최고의 왼손 투수였던 구대성(45·시드니블루삭스)과 비슷하다. ‘국민 타자’ 삼성 이승엽은 “구대성 선배의 공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밴헤켄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했다. 올해 밴헤켄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직구 구속이 140km대 중반까지 올라왔다. 꾸준함으로 다져진 제구력, 독특한 투구 폼을 장착한 데다 스피드까지 끌어올린 덕분에 상대 타선을 마음먹은 대로 ‘요리’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투수가 단독 다승왕에 오른 것은 2007년 두산의 리오스가 마지막이다. 그는 다승(22승 5패)-평균자책점(2.07)-승률(0.815) 3관왕을 차지하며 정규리그 최우수선수까지 석권했지만 이듬해 일본 진출 이후 금지약물 사용이 발각돼 퇴출됐다. 넥센은 1일 현재 58경기를 남겨 놓고 있다. 상황에 따라 12경기 정도 등판할 수 있는 밴헤켄이 10승을 추가한다면 퇴출된 리오스를 제외하고 1999년 현대 정민태(20승) 이후 15년 만에 20승 투수가 된다. 그렇게 되면 2002년 다승왕 KIA 키퍼(19승)가 세운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도 넘어서게 된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밴헤켄#넥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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