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남미의 우루과이에서 열린 제1회 월드컵으로부터 84년의 긴 세월이 흘러 2014년 다시 남미의 브라질에서 32개국이 일정한 규칙과 예측할 수 없는 변수의 조화 속에 치열한 축구전쟁을 펼치고 있다. 이번에도 전 세계 축구팬들은 월드컵에 열광하며 지독한 열병을 앓고 있다.
축구에서 골 판정과 관련한 오심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2010남아공월드컵 때도 독일-잉글랜드의 16강전에서 잉글랜드 프랭크 램파드의 중거리 슛이 크로스바를 때리고 골문 안쪽으로 떨어졌는데도, 심판은 노골로 판정해 적잖은 파장을 낳았다. 동점을 만들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잉글랜드는 이후 급격한 사기저하 속에 패배를 떠안았다. 이처럼 축구에서 심판의 판정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선 오심을 줄이기 위해 많은 스포츠과학 장비들이 도입됐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득점 판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골라인 기술(Goal Line Technology)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실시간으로 골라인에서 볼의 정확한 위치정보를 심판에게 알려줄 수 있는 기술을 필요로 하다가 영국의 호크아이(Hawk-Eye)를 비롯한 총 4개사의 골라인 판독 기술을 경쟁 입찰시킨 끝에 골컨트롤(Goal Control) 시스템을 이번 월드컵에 선보였다.
골컨트롤 시스템의 ‘GoalControl-4D’에선 경기장 양쪽 지붕 아래에 각 7대, 총 14대의 고속카메라를 사용한다. 7대의 카메라는 모든 객체의 움직임 영상 정보를 초당 500프레임의 속도로 촬영하며, 각 카메라의 데이터는 메인통제시스템으로 모여 3D로 조합된다. 이 때 화면상의 볼을 뺀 방해물(선수·심판 등)을 특별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필터링한 뒤 볼의 위치정보만을 분리해 3D(x·y·z) 공간 위치에서 볼이 움직이는 궤적을 계산한다. 그 오차범위는 ±5mm 정도다. 공이 골라인을 넘어가면 주심이 차고 있는 시계로 2초 안에 신호를 보내고, 심판은 판정을 내린다.
그러나 이러한 골 판독 장비에도 몇몇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우선 골에어리어에 여러 명의 선수들이 몰려있을 경우 정확하게 볼을 추적할 수 있느냐다. 또 공수전환이 빠른 축구 경기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골라인 통과 후 바로 판정이 이뤄지지 않고 2초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점도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E조 프랑스-온두라스전에서 이러한 우려를 잠재울 만한 장면이 나왔다. 프랑스의 카림 벤제마는 후반 3분 오른쪽 측면에서 날아온 크로스를 그대로 슛했다. 볼은 왼쪽 골대를 맞고 골대 오른쪽에 있던 온두라스 골키퍼 노엘 바야다레스에게로 향했다. 바야다레스는 자신의 몸에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가던 볼을 급하게 잡아챘지만, 주심은 곧 골을 선언했다. 이를 통해 골컨트롤 시스템 도입과 관련한 실효성 논란은 어느 정도 잠재워졌다.
그러나 다른 오심 논란은 여전하다. 6월 14일(한국시간) 벌어진 A조 멕시코-카메룬전 전반에 멕시코 지오바니 도스 산토스의 2골 모두를 오프사이드로 판정한 부심 때문에 한동안 시끄러웠다. 멕시코가 후반에 결승골을 넣고 승리함에 따라 오심 논란은 더 크게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현재 축구에서뿐 아니라 스포츠 전반에 걸쳐 심판의 오심을 줄이기 위해 많은 측정장비를 경기 현장에서 활용하려고 애쓰고 있다. 특히 3D 분석이 과거보다 더 정교해졌지만 오심을 완전히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점들을 보완해 더욱 빠르고 정확한 실시간 기술을 개발하고 다양한 종목에서 적용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만, 스포츠도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고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도 오심 없는 공정한 경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