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넥센 박병호(28·사진)입니다. 박병호는 3일 경기 전까지 공을 총 195번 헛쳤습니다. 이 부문 2위 KIA 나지완(29)이 149번 헛친 것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격차죠. 타격 솜씨가 부족한 선수가 헛스윙이 제일 많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리그 최고 강타자가 헛스윙도 제일 많은 겁니다.
○ 이성열보다 헛스윙이 많다고?
비율로 바꾸면 박병호는 전체 투구 중 14.2%를 헛스윙한 셈이 됩니다. 헛스윙 비율에서도 근소한 차이로 리그 1위입니다. 너무 자주 너무 호쾌하게 헛스윙해 ‘지구를 얼려버리는 선풍기’라고 놀림받는 같은 팀 이성열(30)이 14.1%로 2위고요. 네, 정말 박병호가 더 자주 공을 헛칩니다.
사실 박병호는 지난해 헛스윙 비율 10.8%로 전체 15위 정도였습니다. 2012년에도 11.0%로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헛스윙이 늘어났습니다. 3%포인트를 조금 넘는 차이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박병호 정도 되는 타자가 한 시즌에 공을 2200개 정도 상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헛스윙이 75개 정도나 늘어나는 셈입니다. 단순 환산하면 삼진이 25개 늘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지요.
실제로는 차이가 더 큽니다. 박병호는 이날까지 삼진도 74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이 당했는데요, 이 페이스로 시즌을 마치면 삼진은 133개가 됩니다. 지난해(96개)보다 37개가 늘어나는 겁니다. 지난해 볼넷 1위(92개)에 오르며 선구안까지 무르익었다는 평을 듣던 선수에게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 박병호는 문제없다
박병호의 선구안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난해 박병호가 치지 않은 공, 그러니까 심판이 판정을 내린 공 중에서 69.5%는 볼이었습니다. 올해는 78.8%가 볼입니다. 박병호가 치지 않으면 대부분 볼인 겁니다. 전체 투구수를 기준으로 해도 박병호보다 볼 비율(46.5%)이 높은 타자는 없습니다.
따라서 박병호는 스트라이크 존에 투구가 들어오면 그 공이 그 타석에서 유일하게 치기 좋은 공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힘껏 그 공을 때려내려다 보니 헛스윙이 늘어난 겁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박)병호가 아무 때나 방망이를 휘두르는 건 아니다. 경기 흐름을 보고 출루가 필요할 때는 볼넷을 골라 나가고, 홈런이 필요하다 싶을 때만 방망이를 과감하게 휘두른다. 볼넷이 많다는 게 그걸 증명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날까지 볼넷 1위(63개) 역시 박병호입니다.
○ 인간은 노력하는 동안은 헤매기 마련이다
우리는 늘 화려한 것만 보고 기억하려 듭니다. 그러나 베이브 루스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삼진 1330개를 당했기에 홈런을 714개나 치고 홈런왕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마이클 조던도 미국프로농구(NBA)에서 3만2292점을 얻기 위해 슈팅 1만2345개를 실패했습니다.
일이 자꾸 풀리지 않아 걱정하시나요?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파우스트’에 쓴 것처럼 “인간은 노력하는 동안은 헤매기 마련”입니다. 올해도 아직 절반이나 남았습니다. 기운이 나지 않을 때마다 박병호가 헛스윙 1위 타자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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