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태백, 산길 달리는 ‘코트의 두 호랑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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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전훈 갖는 전창진-허재 감독
에어컨 필요없는 날씨 훈련에 최적, KT “센터 김승원 하체 튼튼해져”
KCC “부상 김태술, 강훈 잘 견뎌”

절친한 선후배인 프로농구 KT 전창진 감독(51)과 KCC 허재 감독(49)은 ‘태백 마니아’다. 매년 강원 태백시의 진산(鎭山)인 함백산을 여름 전지 훈련지로 찾는다. 지난주 현지에서 만난 이들 감독은 “역시 훈련 장소로는 최고”라며 엄지를 세웠다.

태백은 봄가을이 짧고 대신 겨울이 길다. 고도가 높아 여름에도 평균 기온이 23도를 밑돈다. 12일까지 이곳에서 훈련할 예정인 KT선수단은 태백시 상장동 등산로 초입에서 함백산 중턱 해발 1330m에 위치한 대한체육회 태백분촌 정문까지 약 10km를 2주간 8회 뛸 계획이다. KCC는 5일 이곳에서의 1주간 훈련을 마쳤다.

선수들은 땀을 비 오듯 흘렸다. 하지만 확 트인 시야와 시원한 날씨가 고된 훈련의 피로를 씻어냈다. 선수단이 묵는 리조트엔 에어컨이 없다. 모기도 없다. 창문을 열고 자면 냉기가 느껴질 정도다. 하계 훈련지로는 최적이다.

전 감독은 한 시즌 구상도 늘 태백에서 한다. “포기하지 말고 자신을 이겨보자.” 코트에선 물불 안 가리는 호랑이 감독이지만 태백에선 한결 부드러워졌다. 요즘엔 올 시즌 KT의 골밑을 책임질 센터 김승원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전 감독은 “김승원이 하체가 약해 수비에 애를 먹었다. 힘든 과정을 견뎌내면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흐뭇하다”고 말했다.

시즌 때는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여야 할 경쟁자이지만 전 감독과 허 감독은 사석에서 가끔 만나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눈다. 두 감독 모두 슈팅 가드가 고민거리다. 전 감독의 KT엔 ‘조성민’이라는 걸출한 슈터가 있다. 공수에서 절정의 기량을 보이고 있는 조성민은 경기장 안팎에서도 성실한 국가대표 에이스다. 전 감독은 각 팀이 집중 견제하는 조성민의 부담을 덜어줄 ‘제2의 슈팅가드’ 발굴이 절실하다.

허 감독은 전 감독이 부럽다. 확실한 팀 내 슈팅가드였던 김민구가 불미스러운 교통사고로 이번 시즌을 접었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부상 회복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을 태백에서 구입해 김민구에게 보내기도 했다. 허 감독은 인삼공사에서 이적한 가드 김태술도 눈여겨보고 있다. 김태술은 무릎 부상 때문에 달리기를 하면 전체 선수 가운데 뒤에서 1, 2위였지만 완주하고 나서 표정은 밝았다. 그렇게 노력하는 김태술을 지켜보는 허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태백=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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