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리더십에서 확장된 ‘변혁적 리더십’ 주목 동기부여·지적자극·적절한 보상 추구하는 역할로
흑백 인종갈등이 한창이던 1971년 미국 버지니아주 지역교육청에선 흑인고교와 백인고교를 통합하라는 지시를 알렉산드리아 TC 윌리엄스 고교에 내린다. 이에 따라 백인들로만 구성된 윌리엄스 고교 미식축구팀 타이탄에 흑인선수가 전학을 오면서 팀 내 갈등이 고조된다. 불신과 불만, 인종에 대한 모욕적 언행이 넘쳐나는 팀 분위기는 지역사회를 분열시키는 단계로 비화된다. 이에 워싱턴 정부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출신 흑인 허먼 분을 타이탄의 헤드코치로 임명하고, 그가 전임 백인 헤드코치 빌 요스트를 자기 밑의 코치로 두려고 하자 윌리엄스 고교와 지역사회의 갈등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그러나 분은 때론 진정성 있는 행동과 때론 강인한 추진력으로 선수들을 통합해 갈등을 봉합한다. 분은 요스트와 함께 팀의 공동목표를 부여하고, 선수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도록 독려한다. 불성실한 태도로 경기에 임한 핵심 주전선수를 교체하는 것에 반대한 관련자들에게는 “선수들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건 절대 그들을 돕는 게 아니다. 불구로 만드는 것”이라며 원칙을 관철시킨다. 그 같은 리더십은 타이탄을 고교 최강의 팀으로 변모시키고, 나아가 사회·문화적 통합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연결고리로 탈바꿈시킨다. 영화 ‘리멤버 타이탄’은 이런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효율적이고 위대한 리더십은 조직구성원이 공유할 목표를 체계적이고 구체화함으로써, 팀원들이 팀이 보유한 목표와 팀에 부여된 사회적 기여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리더십의 새로운 관점으로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이 주목받고 있다. 초기 카리스마 리더십에서 확장된 변혁적 리더십은 팀 내 구성원들의 감정을 아우르는 동기부여와 지적자극, 개개인의 특성을 배려한 차별적 대우와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추구하는 거래적 행동이 융합된 새로운 리더십이론이다.
변혁적 리더십은 권력을 휘두르거나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에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의 동기를 자극하는 과정이며, 리더가 구성원들과 함께 양자 모두의 동기유발과 도덕수준을 높이는 연결관계를 창조해가는 과정으로 설명된다. 이에 입각한 성공적 리더는 구성원들이 지닌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유사장치를 활용하고, 이 같은 팀 내 효율성이 실제 성공적 결과로 귀결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우리 축구대표팀이 보여준 모습은 어쩌면 초기 윌리엄스 고교 미식축구팀 타이탄과 유사하다. 원칙이 결여된 이른바 ‘의리축구’에서 비롯된 논란과 일부 포지션에서 드러난 경기력 저하는 국가대표라는 상징성에 주목하는 국민의 열망과 아우러져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다. 홍명보 감독은 타이탄의 헤드코치 분처럼 승리를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려 했을 것이다. 경기력이 떨어진 일부 선수를 믿으면서, 리더로서 그들에게 신뢰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그 같은 행동들이 팀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문화적 요인과 팀 내 구성원들에게도 호응 받지 못한다면, 리더는 과감히 신념을 버리고 원칙을 택해야 한다. 스포츠심리학자 레이너 마튼스(Rainer Martens)는 저서 ‘성공적 지도(Successful coaching)’에서 성공적 리더는 ‘강력한 원칙과 부드러운 신념에 기초한다’고 설명한다. 미식축구나 축구처럼 선수들의 관계적 역동성이 팀의 잠재적 힘으로 귀결되는 종목에선 리더의 역할이 뚜렷할수록 팀 전력은 극대화된다.
이를 위해선 팀 선수들의 노력으로 나타나는 성과와 성과로 나타나는 개인적 혜택을 구체적으로 부여하고, 경기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구성원들이 지닌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경로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해주는 동시에 리더로서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는 브라질월드컵에서 시련을 경험했다. 지금의 상황이 대한민국의 사기 저하와 사회적 논란을 낳더라도, 이 같은 시련과 논란은 리더의 역할과 책임감을 한층 더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브라질월드컵에선 실패를 맛봤지만,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승부를 위해 강한 원칙과 부드러운 신념을 갖춘 리더의 등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