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최상위기관이라는 대한축구협회의 일처리가 영 매끄럽지 못했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다가 등 돌린 여론을 뒤늦게 추스르는 과정은 아마추어에 가까웠다. 허송세월하다 더 큰 화를 자초한 꼴이다. 재도전 의지를 다지다 일주일 만에 입장을 바꿔 자진사퇴를 선언한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그의 축구인생에서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고, 대한축구협회는 그 상처를 보듬기는커녕 더 깊게 만든 장본인이 됐다.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벨기에전 직후부터 홍 감독을 향한 여론의 사퇴 압박은 거셌다. 홍 감독도 6월 30일 귀국하기 전까지, 축구협회에 2차례에 걸쳐 사퇴 의사를 표시했다. 이는 축구협회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5월 월드컵 최종 엔트리 선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을 때 “감독은 결과로 말한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했던 홍 감독이었기에, 홍 감독이 참담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는 과정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결국 정몽규 회장 등 집행부가 나서서 당장 내년 1월로 다가온 아시안컵 준비와 ‘대안 부재’라는 이유를 내세워 홍 감독에 대한 재신임을 결정했다. 3일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홍 감독 재신임을 발표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이번 성적 부진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축구협회와 홍 감독은 더 큰 후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축구협회는 월드컵 참패에 대해 홍 감독 못지않게 큰 책임을 져야 했지만, ‘무책임한’ 대응으로 화만 더 키웠다. ‘대안이 없다’는 변명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플랜B’조차 마련해놓지 못한 무능을 자인한 것에 불과하다. 축구협회는 결국 10일 홍 감독의 사퇴에 맞춰 허정무 부회장이 ‘총대를 메고’ 동반 퇴진하고, 정몽규 회장이 뒤늦게 고개를 숙이는 선에서 최종 수습을 시도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 축구협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