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Brasil 2014]
조광래 감독 경질때부터 행정난맥… “진작 책임지는 모습 보였더라면…”
정몽규 회장 “국민께 사과”… 허정무 부회장 동반사퇴 10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의 사퇴를 계기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을 포함한 협회 관계자들이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정 회장은 “하루빨리 쇄신책을 마련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0일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자 갑자기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연단에 올라 “브라질 월드컵 단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몽규 회장이 나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허정무 김동대 최순호 유대우 부회장, 안기헌 전무이사 등과 함께 합동으로 고개를 숙였다.
사실 그동안 축구협회 고위층들이 홍 감독을 방패막이 삼아 비난의 화살을 피해 왔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들은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홍 감독에게 기회를 더 주겠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홍 감독이 떠나면 모든 비난이 협회로 쏠릴 것에 대한 우려도 협회가 홍 감독을 유임시킨 이유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존재한다. 그런 홍 감독이 떠난다고 하니 협회 고위 관계자들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축구 원로는 “월드컵 성적 부진에 대해 책임질 생각은 하지 않고 비난 여론만 피하려고 하는 협회의 행정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날 정 회장이 실시한 ‘대국민 사과’를 협회가 일찌감치 실행하고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겠다는 모습을 보였으면 홍 감독이 사퇴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견해도 곁들였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참패는 얽히고설킨 협회 행정의 난맥상이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 전임 집행부인 조중연 회장 때 조광래 감독이 경질된 이후 협회는 신임 감독 선임에 어려움을 겪었고 최강희 감독이 시한부 사령탑에 올랐다. 최 감독이 그만둔 뒤에도 협회가 어려움을 겪자 홍 감독이 위기 상황에서 사령탑에 올랐다. 홍 감독이 방패막이로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조 감독 경질 때부터 협회의 밀실행정과 근시안적인 행정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지난해 초에는 조 회장에서 정 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있었다. 일부 축구인들에게서 ‘조중연 회장 냄새를 완전히 지우려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전임 집행부 간부들이 대거 바뀌었다. 그러나 일부 인사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협회 관계자는 “월드컵은 전문가들이 나서서 해도 부족하다는 점을 많이 느끼는 대형 이벤트다. 그런데 요소요소에 비전문가들을 앉혀 곳곳에서 불만이 쏟아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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