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홍명보-허정무 사퇴? 꼬리 몇㎝ 자른 것, 핵심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1일 16시 05분


사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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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 미국월드컵 때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호 전 감독(70)은 11일 홍명보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과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전날 동반 사퇴한 것에 대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꼬리 몇 ㎝ 자른 것밖에 더 되겠느냐"며 축구협회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축구계의 대표적인 '야인'으로 통하는 김 전 감독은 고졸(동래고) 출신으로 한국 축구의 적폐라고 할 수 있는 '인맥','파벌'등과 줄기차게 맞서며 오직 실력으로 선수와 지도자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기에 그의 일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전 감독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대한축구협회는 지원을 해야 하는 곳인데 군림하고 있다며 "30년 가깝게 내가 그분들 만났는데, 프로에 계실 때하고 프로연맹에 갔을 때하고 대한축구협회에 갔을 때 그분들이 계속 돌면서 있다"면서 "모든 행정을 잘못해서 한국 축구의 풀뿌리를 다 망가뜨려 놓은 사람들"이라고 질타했다.

김 전 감독이 지칭한 '그분들'은 비축구인 출신으로 오랫동안 축구협회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그들이 요직을 돌며 축구 행정을 잘못해 한국 축구를 망쳐놓고도, 이번처럼 성적이 부진하면 꼬리 자르듯 감독 등 일부만 바꾸고 정작 책임을 져야 할 그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는 것.

그는 그들의 잘못된 행태 중 하나로 기술위원들을 예로 들었다.
김 전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들이 고등학교 지도자들이 많이 있다"며 "대한민국 최고의 대표팀 감독을 뽑는데, 그 사람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고, 고등학교 지도자들이 프로나 대표단 수준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왜 그분들이 거기에 앉아 있느냐'는 질문에 "협회의 윗사람들이 그들을 뽑았으니까. 말 잘 듣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그러면 편안하잖아요"라고 답했다.

김 전 감독은 이른바 '축피아'들이 오랜 기간 축구협회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것을 바꾸려고 하니까 투표권을 그 사람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축구인들이 할 수 있는 권한이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 사람들은 축구인이 아니라며 "그 사람들은 정몽규 회장하고 똑같은 식(축구와 관련이 없던 사람들이 축구협회에 들어온 경우)이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 10년, 20년 지금 그러고 있는데 뭐가 바뀌겠나"라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김 전 감독은 또 "지금도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는 국가나 협회가 돈을 지원하는 게 거의 없다"며 "물품도 하나 살 수 없고, 공도 하나 살 수 없는데…. 전부 부모들이 돈을 내서 사는데, 제도적으로 이것은 더 많은 연구를 우리가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을 다 바꿔서 새로운 틀을 짜지 않으면 힘들다"며 "(축구)지도자를 바꾸는 게 아니고 지금 행정 하는 분들이 스스로 (축구협회에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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