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박태환, 아직도 진화 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8일 03시 00분


MBC배 개인혼영 200m 한국신… 전날 자유형 200m선 올 최고기록
전성기 지난 나이에 놀라운 페이스… “인천 亞경기서도 기대해도 좋다”

‘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시청)이 인천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열린 마지막 국내 대회에서 올 시즌 세계 1위 기록을 세우고, 한국기록까지 갈아 치웠다. 모두가 놀랐다.

“김천에 와 있는 수영 관계자들의 칭찬이 자자해요. 태환이가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고요.”

휴대전화 너머로 조곤조곤 들려오던 안종택 수영 대표팀 감독의 목소리 톤은 박태환 얘기가 나오자 몇 배로 커졌다. 기분 좋은 ‘흥분’이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400m 금메달, 2012 런던 올림픽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박태환. 값진 은메달이었지만 금메달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컸기에 팬들에게서 잊혀지는 속도도 빨랐다.

그런 박태환이 다시 진화되어 돌아왔다. 16일 경북 김천실내수영장에서 열린 MBC배 전국수영대회 겸 인천아시아경기 대표선발전 남자 일반부 자유형 200m에서 올 시즌 세계 1위 기록을 세웠다. 1분45초25.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 기록(1분44초80)에 불과 0.45초 뒤진 기록이다. 올 시즌 최고 기록을 갖고 있던 호주의 캐머런 매커보이의 기록보다도 0.21초 앞섰다. ‘박태환의 맞수’ 쑨양(중국)의 올 시즌 최고 기록은 1분46초04다.

17일에도 박태환은 남자 개인혼영 200m에서 2분00초31로 5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한국 기록을 갈아 치웠다. 종전 한국 기록은 2009년 12월 동아시아경기대회에서 당시 인천체고 김민규가 세운 2분00초41이다.

수영 선수로는 전성기를 다소 벗어난 25세의 나이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페이스다. 안 감독은 “박태환의 몸 상태는 현재 95%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태환의 최근 상승세는 생각을 바꾼 결과다. 안 감독은 “태환이는 이제 즐기는 수영을 한다. 자기가 안고 있는 위기감과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에 대한 부담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박태환은 16일 올림픽, 세계선수권 기준 수심 2.0m에 미치지 못하는 1.35m 수심에서도 개의치 않고 역주했다. 박태환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 기록을 낸 것이 긍정적인 신호라고 본다”고 웃어 넘겼다.

즐기는 수영을 통해 과거 힘으로 밀어붙이던 수영은 버렸다. “지금 태환이의 몸은 전성기에 비하면 왜소합니다. 그런데도 기록은 나오고 있어요.” 박태환의 상승세에 놀란 안 감독은 “기대해도 좋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박태환의 아시아경기 메달 목표는 주무대였던 자유형을 넘어 다른 종목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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